보고 끄적 끄적...2012. 7. 6. 08:20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어느 틈에 세 번째 관람이 됐다.

<쓰릴미>와 <스피링어웨이크닝>의 아류작같긴 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 볼수록 매력적이고 괜찮은 작품이다.

자신의 배역에 집중하는 배우들의 모든 노력들이 그야말로 무시무시할 정도다.

정상윤 한스는 감정 표현이 참 다양하고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더 완숙해진다.

이야기의 흐름에 때로는 따라 냉정하고 지적인 모습으로

때로는 비겁하고 찌질한 모습으로,

때로는 안스러울 정도로 상처 가득한 모습으로 한스를 잘 표현한다.

특히 목소리가 주는 존재감은 가히 압권이다.

이 작품에서 메리의 태국희와 정상윤 한스가 목소리면에서 쌍극을 이루는 것 같다.

두 사람 다 딕션도 정확하고 성량이나 울림이 좋다.

귀에 잘 포획(?)되는 목소리라고나 할까?

<쓰릴미>에서 처음 정상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작품의 내용도 충격적이었지만 정상윤 목소리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묘하게 아름답고, 유약하면서도 강단있는 목소리가 한동안 귀를 사로잡아버렸었다.

 

전성우 헤르만, 송상은 안나는 여전히 좋았고

처음으로 윤나무가 아닌 김대현 요나스를 대면했다.

둘의 공통점은 막내지만 가장 맏이스러운 페이스를 가졌다는 안스러운 비주얼 되시겠다. ( ^^;;)

(둘 다 공황장애 때문에 몸고생, 마음고생이 너무 극심했나보다.)

개인적으론 섬세한 감정 표현은 윤나무가 훨씬 좋았다.

김내현 요나스는 뭐랄까?

더 지적장애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뭐 공황장애도 일종의 지적장애이긴 하겠지만...

설정인지 아니면 바지가 너무 작아서 그런지 김대현 요나스는 자꾸 윗옷을 끌어내린다.

(근데 바지가 너무 작긴 하더라...)

 

세 번째 태국희 메리를 보면서

오래전 그녀가 식인식물로 나왔던 <리틀샾 오브 호러스>가 생각났다.

커튼콜에 딱 한 번 얼굴이 보여질때까지 내내 궁금했었다.

도대체 누가 저런 목소리를 내는 거지?

그때보다 몸은 많이 후덕해졌지만 소리는 여전히 좋다.

한스와의 팽팽한 장면과

아이들의 기억을 지우기위해 최면을 거는 장면에서는 목소리도 감정도 정말 좋다.

 

공연을 보면서.

자꾸 "모서리"에 집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약간씩 어긋나면서 겹쳐지는 전체적인 사각형의 무대 셋트.

천정과 바닥의 사각틀.

그리고 네 개의 의자와 그 위에 떨어지는 네 개의 조명.
이 모든 것들은 전부 예리하고 날카롭고 위험하다.

위험한 것은 금기를 남긴다.

금기는 그러나 어쩔 수 없는"끌림"으로 사람을 유혹한다.

그래, 나는 그 모서리에 전적으로 유혹당한건지도 모르겠다.

<블랙메리포핀스>는 그래서 내겐,

 네 개의 날카로운 꼭지점을 드러내는 완강한 모서리다.

궤변처럼 들리겠지만 이 네 개의 모서리를 완성하기 위해

나는 한 번 더 이 작품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음번에 조명과 음악, 음향이 주는 전언을 들어볼테다.

모서리를 위하여...

그 완강함을 위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