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3. 28. 08:53

<서편제>

일시 : 2014.03.20. ~ 2014.05.11.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원작 : 이청준 <서편제> 

대본 : 조광화

작곡 : 윤일상

음악감독 : 김문정 

연출 : 이지나

출연 : 이자람, 차지연, 장은아(송화) / 마이클리, 송용진, 지오(동호)    

        서범석, 양준모 (유봉) / 윤시영, 김서현 (어린 송화)

        탕준상, 윤우영 (어린 동호) /김윤지(동호모), 문혜원(미니),

        심정완 (매니저) 외

 

개인적으로 <서편제>는 내 취향은 전혀 아니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봤는데 뭔가 잡탕찌게처럼 느껴졌다.

스토리도 그렇고, 의상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일단은 배우들간의 나이대가 역전되니 확실히 느낌이 반감되더라.

배우라면 어떤 나이대의 배역이든 주어지면 해내야 하는게 맞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발란스가 맞아줘야 집중이 훨씬 잘되는데 <서펜제>는 그러기엔 너무 참담했다.

동호보다 한참 어린 배우가 유봉을 한다는 건,

한창 팔팔한 배우의 조로(早老)를 목격하는 것 같아 참 그렇더라.

무대와 넘버의 장점을 다 가릴만큼...

 

그런 <서편제>를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마이클리 때문이다.

<미스 사이공>, <JCS>, <NDP>, <벽을 뚫는 남자>

지금껏 마이클리가 우리나라에서 출연한 작품은 전부 "쏭쓰루 뮤지컬"이었다.

솔직히 말하자.

<미스 사이공> 초연때 그의 테러블한 한국어 발음을 듣고 가뿐하게 관람을 포기했었다.

시간이 좀 지나 재연이 올라왔을때 한 번 봐줄까 하면서 공연장을 찾았고

그의 음색을 듣는 순간 망치로 제대로 얻어맞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국어 발음 따위는 용서될만큼...

(그래도 초연때보다는 놀라울만큼 많이 좋아졌더라)

그런데 이젠 가사 전달보다 더 힘든 대사 전달의 벽 앞에 그가 섰다.

한국에서 계속 공연을 하겠다면 넘어서야 할 산이긴 하지만 그러기에 <서편제>는 참 여려운 작품이다.

한과 그리움이 담긴 "소리"

이 처절한 정서를 마이클이 대사로 온전히 표현할 수 있을까?

나의 우려는...

그대로 현실이 됐다.

그의 대사는 정확히 전달되지 못했고,

발목을 깡충 뛰어오르는 정체불명의 의상은 그 어눌함에 구태어 한몫을 더해주더다.

마이클리가 연습 내내 대사 전달때문에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다큐 수준의 감동을 받았다는 이지나 연출의 말에는 백만배 공감을 한다.

(실제로 그 고통이 무대 위에 다 보여서 너무 안스럽더라)

그래도 아무리 백만번 욕심이 나는 배우였대도 한국어 대사가 익숙해지길 좀 기다려주지...

혼자 생각했다.

이지나 연출의 과한 마이클리 사랑이 결국 무리한 욕심이 되버렸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클리가 노래를 부를때는 나도 모르게 집중이 되더라.

(아. 이 사람 음색 정말 어떻해야 하나....)

손끝만 살짝 닿아도 누군지 단박에 알아챌 수 있는 그런 사람.

그 소중한 사람을 서로 다른 소리길 때문에 놓쳐버린다.

곁에 두고 평생을 듣고 싶었던 소리,

결국 그 소리에 묶여서 평생을 그 소리를 찾아서 헤매게 되는 동호.

마이클리의 동호는 너무 아픈 통곡이었다.

"연가"도 "흔적"도 새로운 곡 "My life is gone"도

눈물이 뚝뚝 떨어질만큼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마이클리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노래도, 연기도, 표현도 전부 다 처절했다.

대사 전달의 한계가 원망스러울만큼...

이 모든 걸 감당하면서 무대에 서있는 마이클리가

나는 너무 안스럽고 또 안스러워 죽겠더라.

 

송화 이자람.

이 작품에서 그녀는 신의 한수 같은 존재다.

첫곡 "살다보면"도, 유봉에 의해 눈이 멀게 되는 장면의 절규도

마지막 "심봉사 눈뜨는 장면"의 소리까지도 참 엄청나더라.

동호와 유봉에 대한 각각 다른 이유의 사랑이 모든 장면마다 뚝뚝 떨어진다.

눈물처럼, 슬픔처럼, 아픔처럼,

애간장을 끊어내는 소리.

이자람 송화에겐 확실히 그게 있다.

잘하겠다는 다짐도,

캐릭터를 성실히 표현하겠다는 욕심도,

소리꾼으로서의 의무와 책임감도, 

그 어떤 사념도 보이지 않고

오직 송화만 보이더라.

마이클리 동호와의 장면들도 참 좋았고..

 

유봉 양준모 역시도 재연때보다 느낌이 훨씬 좋았다.

그때는 그저 버럭버럭 소리만 지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깊이와 절제가 보이더라.

그래도 양준모의 나이대가 표현하기에는 여전히 무게감이 있는 역햘이다.

(그래서 나는 양준모의 "유봉"에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편제>는 여전히 내 취향은 아니다. 

심지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자꾸 눈을 감아버리게 된다.

주조연간의 괴리감이 너무 크고

(특히 동호모와 오아시스쇼장면, 밴드 멤버의 연기는 재앙 수준이다)

정체불명의 의상과 춤은 정말이지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심지어 유봉이 죽는 장면은에서

송화의 절절한 애달픔이 의상과 춤때문에  버라이어티로 전락하는 느낌이다.

(강시들도 아니고, 닭장에서 뛰쳐나온 닭들의 푸닥거림도 아니고...) 

종이를 이용한 무대도.

한 폭의 그림같던 오케스트라의 위치도 정말 좋은데...

넘버들 한 곡 한 곡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만큼 미치도록 좋은데...

엔딩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명장면인데...

심지어 커튼콜에서 무릎을 꿇고 인사하는 배우들의 모습까지도 감동인데...

이 합쳐지지 않는 괴리감을 도대체 어찌해야 할까!

그야말로 서로 영원히 만나지지 않는것 같은

달라도 너무 다른 소리길이다.

 

그저 살다보면 살아지는 것처럼

보다보면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지게 될까?

그저 보다보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