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2. 28. 09:45

 

<SMOKE>

 

일시 : 2016.12.16. ~ 2016.12.22.

장소 : 현대카드 UNDERSTAGE

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큐레이터 : 김수로

출연 : 김경수, 박은석 (초) /  이용규, 윤소호 (해) / 정연, 유주혜 (홍)

주최 : 현대카드 

 

음... 고백하면,

아무런 사전 정보도 없이, 시놉도 전혀 모르고 공연장에 갔다.

추정화 허수연 부부의 전작 <인터뷰>가 너무 좋기도 했고

김수로의 작품을 보는 안목도 믿음직스러웠다.

그러면서도 포스터를 볼때마다 뭔가 눈에 익숙하다 싶었는데...

세상에나!

짙은 담배연기 속 드러난 모습이 비운의 천재 시인 이상의 얼굴었다니!

요즘 시인님들이 공연장에서 열일 중이시다.

개인적으론 침 반갑다.

(정지용, 김소월의 시들도 언젠가 이렇게 재탄생된다면 참 좋겠는데...) 

 

 

이상(李想)의 시 <오감도 - 제 15 호>에서 시작된 <스모크>는

시를 아는 사람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지만

나처럼 뭣모르고 해맑게 있으면 이게 뭔가... 고민될 작품이다.

다행히 나는 빨리 상황파악을 해서 어렵지는 않았다.

실제로 이상은 작품에서도 보여준것처럼 그림에도 소질이 있었고

그림을 그릴때는 "하융(河戎)"이란 이름을 사용했다.

신문에 발표된 <오감도 제 7호>에 그려진 삽화가 바로 이상, 아니 하융의 그림.

그러고보니 참 재미있다.

김햬경이란 본명의 한 사내는

시인일 때는 "이상(李想)"으로 화가일 때는"하융(河戎)"이 됐다.

하나 이면서 둘 이고, 둘 이면서 셋인 사내.

그리고 그의 연인 기생 금홍까지.

 

잘 만든 작품이고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정리는 필요할 듯.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넘버도 좋았다.

그리고 정말 정말 오랫만에 윤소호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흐뭇했다.

(<트레이스 유> 이후 처음인듯...)

기대했던 김경수는 기대보다 훨씬 좋았고

정연은 초반엔 좀 흔들렸지만 중반 이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017년에 본공연이 올라오면

<인터뷰>만큼은 아니지만 호평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무대와 음향도 제대로 갖춰질테니 

2017년 본공연을 기다려보자.

  

오감도 제 15 호

 

1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
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
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

 2
죄를품고식은침상에서잤다. 확실한내꿈에나는결석하
였고의족을담은군용장화가백지를더럽혀놓았다.

 3
나는거울있는실내로몰래들어간다. 나를거울에서해방
하려고. 그러나거울속의나는침울한얼굴로동시에꼭들어
온다. 거울속의나는내게미안한뜻을전한다. 내가그때문에
영어되어있드키그도나때문에영어되어떨고있다.

 4
내가결석한나의꿈. 내위조가등장하지않는내거울. 무능
이라도좋은나의고독의갈망자다. 나는드디어거울속의나
에게자살을권유하기로결심하였다. 나는그에게시야도없
는들창을가리키었다. 그들창은자살만을위한들창이다. 그
러나내가자살하지아니하면그가자살할수없음을그는내게
가르친다. 거울속의나는불사조에가깝다.

 5
내왼편가슴심장의위치를방탄금속으로엄폐하고나는거
울속의내왼편가슴을겨누어권총을발사하였다. 탄환은그
의왼편가슴을관통하였으나그의심장은바른편에있다.

 6
모형심장에서붉은잉크가엎질러졌다. 내가지각한내꿈
에서나는극형을받았다. 내꿈을지배하는자는내가아니다.
악수할수조차없는두사람을봉쇄한거대한죄가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