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9. 21. 08:14

<쌍화별곡 (Song of Two Flowers)>

시 : 2012.09.11. ~ 2012.09.30.

장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출연 : 김다현, 박완 (원효) / 김호영, 김순택 (의상)

        정선아, 이진희 (요석공주, 선묘낭자)

        정영주, 이성훈, 이종성

대본 : 이희준

작곡 : 장소영 

작가 : 이희준

연출, 안무 : 이란영

무대디자이너 : 오필영

제작 : 핀엔터테인먼트

 

연극 <꿈>에 이어 또 다시 원효와 의상 이야기다.

그리고 또 김다현이다!

갑자기 배우 김다현의 작품욕(?)이 범상치 않다.

<M.Butterfly>, <라카지>에 이어 <쌍화별곡>에 연달아 출연중이고, 이 작품 지방공연(대구, 부산)이 끝나면 또 다시 곧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락 오브 에이지>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쉼없는 행보다.

확실히 군대를 가기 전과 후의 김다현은 좀 달라졌다.

뭐랄까, 조금 더 과감해지고 조금 더 강해졌다고 할까?

꽃다현이라는 이미지때문에 은근히 배역에 한계가 있는듯 했는데

지금은 그걸 많이 깨고 있는 중인것 같다.

무대를 책임지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배우로 열심히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동안은 배우 김다현이 표현하는 다양하고 광대부면한 캐릭터를 기대해도 돼지 않을까?

(진보적인 진화는 항상 아름답다,)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창작된 뮤지컬 <쌍화별곡>

이 작품은 서병구와 함께 뮤지컬 안무의 쌍두마차로 활약중인 이난영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그래서 작품에 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1막 첫 장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신라 화랑들의 군무장면 말고는 눈을 확 끌어담기는 안무는 없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뮤지컬 <불의 검>이 많이 생각났다. 왜일까?)

음악은 "나가수"로 더 유명해진 장소영이 맡았다.

어찌됐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개인적으로 장소영의 뮤지컬 작곡 실력은 뛰어나다.

"형제는 용감했다"나 "피맛골 연가"처럼 이 작품도 뮤지컬 넘버들이 다양하면서 재미도 있다.

오히려 왠만한 후크송보다 금방 귀에 담기고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희준의 가사도 참 좋다.

그리고 무대와 조명, 의상 빼놓을 수 없겠다.

요근래 본 창작 뮤지컬 중에서 제일 괜찮은 무대 구성과 장치였다.

이런 경우가 참 애매해진다.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내서 보면 괜찮은데

이게 한 곳에 모이면 이상하게 뭔가 조화가 살짝 어긋나는 느낌!

김다현도 다분히 라카지의 앨빈 느낌이 중간중간 강하고 들고

노래와 진행방식은 어쩐지 "피맛골 연가"와 "불의 검"을 떠올리게 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눈여겨 봤던 김순택의 모습을 오랫만에 무대에서 확인한 것도 개인적으론 즐거움이었다.

지금 약간 슬럼프인것 같은데 이 작품이 바닥을 차고 일어선느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연기가 노래를 따라가지 못해서 늘 안스러웠는데

의상역에서는 그래도 가능성이 보여준 것 같다 다행이다.

정선아는 좀처럼 실망이라는 걸 시키는 않는 배우라는 걸 또 다시 확인시켜줬고

노래가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까지 남겼다.

오랫만에 무대에 선 <빌리 엘리어트>의 마이클 이성훈은 솔이 역과 설총역을 또 너무 기막히게 잘 해줬다.

빌리때로 생각했지만 이 녀석 참 대단한다.

이 녀석이 무대 배우를 계속 하게 된다면 아마도 범상치 않게 크지 않을까?

아이인데 어른 찜쩌먹을 만큼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한다.

그리고 노래도 빌리때보다 훨씬 더 잘 불러 놀랐다.

이 녀석의 미래...

많이 기대된다.

그런데...그런데...

유니버설 아트센터 2층의 음향은 정말 최악이다. 

대략 난감에 할 말이 없다. 

 

극을 너무 가볍게 끌고 간 게 조금 아쉽다.

좋은 뮤지컬 넘버들이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 때문에 오히려 빛을 잃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깨어있으라", "새벽이 오네", "일체유심조, "무애가", "그 누가 위로해주나", "금강삼매경론"

생각나는데로 꼽아봐도 좋은 넘버가 이렇게나 많은데...

뭐랄까?

개인적으로 <피맛골 연가>보다 느낌이 훠~~얼~~씬 좋아서 그래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원효와 의상, 

신라시대의 지성이었다는 두 사람의 고민과 우정 꿈이 보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성애 느낌이 강해서 당황스럽다.

(다분한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잘 됐으면 좋겠는데...

song through musical의 장점만을 더 부각시키고

너무 과하게 산재되어있는 코믹 요소들을 과감하게 쳐내면 좋겠다.

넘버가 너무 아깝다...

이 작품이 어떻하든 잘 살아남아서 정말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 작품이

깨어있어 차갑고 단단한 겨울밤을 뚫고 새벽을 맞이할 수 있길...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살아있는 날 결코 길지 않으리니.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문득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에도

깨어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