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2. 15. 08:03

<AIDA>

일시 : 2012.11.27 ~ 2013.04.28.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케이스 알렌산더 보튼

협력연출 : 박칼린

음악수퍼바이저 : 박칼린

출연 : 소냐, 차지연 (아이다) / 김준현, 최수형 (라다메스)

        정선아, 안시하 (암네리스) / 이정열, 성기윤 (조세르)

        박철완(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뮤지컬 <아이다>는 나랑 참 잘 맞는(?) 작품이다.

이상하다.

나는 사랑 제일주의자도 아니고, 절절한 사랑에 동화돼 감상에 빠지는 편도 아닌데...

이상하게 <아이다>를 보고 있으면 아프고 슬프다.

단지 지어낸 이야기라는 걸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된다.

이건 아마도 엘튼 존이 만든 주옥같은 음악이 주는 최면효과가 아닐까?

두달여의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보게 된 <아이다>는

지금껏 내가 본 <아이다> 중에서 감히 최고였노라 말하고 싶다.

첫번째 관람때는 의외로 음향과 잦은 마이크 사고 때문에 좀 불안했는데

이날 공연 음향은 정말 최고였다.

(마이크 볼륨조절이 아주 살짝씩 틀어지긴 했지만 예전처럼 대사나 넘버가 통째로 토막나지는 않았다)

이번 시즌 마지막 관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랬을까?

꽤 여러번 울컥했고 먹먹했다.

다짐과는 다르게 어쩌면 3월이나 4월쯤에 디큐브를 다시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준현의 라다메스는 마초적인 기운이 많이 빠져서 더 로멘틱하고 확실해졌다.

그리고 이날은 노래를 정말 잘 불러서 감동이 더 컸다.

그건 기교적인 걸 의미하는게 아니라,

감정적인 표현을 의미하는거다.

표정에서부터 말투나 행동, 감정표현이 훨씬 풍부하고 간절했다.

배우 김준현이 아니라 <아이다>의 라다메스로 완전히 빙의됐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더이상 노래 왠만큼 하고, 얼굴 잘 생기고, 기럭지 탁월한 배우가 아니었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지금껏 본 김준현 작품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소냐 아이다와의 듀엣곡 "Elaborate lives"는 애절했고

성기윤 조세르와의 "Like father like son"은 강렬하고 팽팽했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마지막 아이다와의 무덤 속 장면이었다.

두려움과 확신을 함께 품은 라다메스의 목소리.

아마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소냐 아이다.

이날 그녀가 앙상블과 더불어 나를 참 많이 울컥하게 했다.

당당하고 도도하면서 너무 가냘퍼서 품에 꼭 안아주고 싶었던 소냐 아이다.

노래야 워낙 잘 하니까 접어두고,

감정표현이 정말 압권이었다.

첫번째 관람때 거슬렸던 호흡도 많이 좋아졌고

눈빛과 표정은 완전히 루비아 공주 "아이다" 그것이었다.

김준현 라다메스와 소냐 아이다 페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앞자리에서 봐야 한다. 

그 눈빛과 표정들...

그걸 멀리서 본다는 건 너무 억울한 일이다.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처음과 마지막 박물관 장면에서

둘의 눈빛과 표정도 완전히 다르다.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대사처럼 이쪽과 저쪽의 차이랄까!

(그걸 알아챈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정선아 암네리스는 정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솔로곡들도 좋지만 주인공 세명이 함께 부르는 "A step too far"에서의 음색과 감정은 정말 애뜻했고

다른 두 배우와 목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참 좋았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 장점은 아주 유연하고 그 어떤 누구보다 탁월하게 뻔뻔스럽다는거다.

정선아만큼 뻔뻔한 배우가 또 다시 나올수 있을까 의심스러울만큼

그녀는 너무나 그리고 확실히 압도적이다.

 

이정렬 조세르가 위암수술로 공연을 쉬면서

성기윤 조세르의 회차가 늘었다.

(이정렬의 빠른 쾌유를 진심으로 바라며 <Next to normal>에서 그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기를...)

개인적으론 조세르는 이정렬보다 성기윤이 더 좋았다.

1막 "Another pyramid"에서 소리를 좀 과하게 지르는게 흠이긴 하지만 대사와 파워가 훨씬 좋다.

동작도 훨씬 더 힘있고 강하다.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집요함도 잘 표현했고

키까지 커서 김준현 라다메스와 나란히 섰을때 훨씬 더 팽팽한 느낌이다.

(이정렬 조세르와는 이 장면이 생각보다 강렬하지 않아 솔직히 아쉬웠다.)

그리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는 <아이다>의 앙상블.

진심으로 위대하다!

그런 앙상한 몸피로 이렇게 과격한 동작과 간절한 노래가 어떻게 가능할까?

처음부터 앙상블을 뽑을 때

이집트에 잡혀온 누비아 노예란 설정때문에 심하게 앙상한(?) 사람들로만 선별한 것 같은데

하루 2회 공연인 날은 도대체 어떻게 버텨낼까 걱정스러울 정도다.

<아이다> 앙상블을 하면 어떤 앙상블도 문제없다는 말이 있는데

절대 빈말이 아님을 확실히 깨달았다.

앙상한 이들이 주는 감동이 너무나 거대해서 울컥했다.

 

나랑 참 안 맞을 것 같으면서도 너무 잘 맞는 뮤지컬 <아이다>

두번째 관람 후에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직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애뜻한 감정,

좀 오래 두고 지켜보고 싶다.

 

정말 정말 좋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