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6. 10. 06:20
우려했었다.
그래서 볼까 말까를 두고 고민하다가 50% 할인 티켓이 있어서 티켓팅을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고민했다.
연극까지야 이해를 하겠는데 뮤지컬로 바뀐 <엄마를 부탁해>는 왠지 조심스럽고 위험해보였다.
그리고...
연극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뮤지컬을 확실히 그랬다.
미국과 영국에서 경이로운 판매부수를 올리고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기사와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부른 "빈잔"의 피쳐링으로 일약 신데렐라가 된 차지연.
이 두 가지만으로도 광고효과는 엄청났다.
이도 저도 모르겠다면 마당놀이로 유명한 "김성녀" 의 장년층 관객 확보까지...
게다가 가요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유명한 김형석이 음악을 담당했다지 않는가!
탄탄한 원작에, 연기력 검증된 배우들에, 음악까지...
일단 태생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격이다.



 

이 작품을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래가 이만큼은 나와야 뮤지컬이다 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은 뮤지컬보다는 연극이라고 분류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미안하다"는 메인테마가 있긴 하지만 작품을 보고 난 후에 귀에 남는 OST가 전혀 없다.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집요한 최면성 후크송이라도 한 곡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바람마저 생긴다.
(개인적으로 후크송을 정말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주는 임팩트가 전혀 없고
대사는 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난장판 싸움질이다.
나는 그래도 좀 더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이길 바랬는데...
배우들이 질러대는 고함은 보는 내내 괴로웠고(엄마를 잃어버린 게 괴로운게 아니라)
맨 앞자리에서 자꾸 고개를 외면하게 만든다.
마치 누가 더 목소리를 크고 짜증스럽게 내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머니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원작자 신경숙이 이 작품을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남편 남진우 교수가 안식년이라 외국에 체류중인게 다행이다 싶다)
신경숙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엄마를 부탁해>는 첫문장부터 나를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렸었는데
이 뮤지컬을 보면서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이상하다... 나는 공연을 보면서 뚝하면 울어서 옆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편인데...)



 

오랫만에 이계창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이계창, 차지연, 김경선 세 명 모두 배역에 어울리지 않았다.
한 태(胎)에서 나온 자식들이 아니라 한 명씩 입양해서 모인 가족들 같다고나 할까?
김경선이 차지연의 동생으로 나온 건...
아무리 무대 위에서라지만 아닌 것 같다.
후반부에선 정말 김경선이 장녀같더라.
약국, 공사장  장면도 어색하고 난감했고
(오지랍 넓은 약사 아저씨는 또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던지...)
난데없이 등장하는 "ㄱㄴㄷ" 노래는 급기야 작품을 상당히 뽀뽀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요즘 어린이프로도 이렇게까지 유치찬란 조잡하진 않다.
에피소드 연결하는 방식도 산만하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소리지르던 배우들이 마지막에 뚝뚝 눈물 흘리는 모습을 마주하는 건 난감한 그 이상이었다.
(내가 너무 독한년이라서 그런가???)
맨 앞에서 하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앉아있어서 내내 미안하더라.
엄마 김성녀를 빼고 모든 배우들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러다 단체로 득음하는 건 아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이라는 명함이 무색할 정도로 휑한 무대는 또 어쩌란 말인가?
무대 사용 평수로 대관료를 받는 것도 아닐텐데
그 넓은 공연장을 왜 그렇게 과하게 아껴가며 사용했는지...


내가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부재 또는 실종을 결코 죽음으로 곧장 연결시키는 게 아니었다.
죽음보다 더 근원적인 어떤 것이어야 했는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내내 엄마의 죽음을 죽어라 암기하고 복기하게 한다.
작가 신경숙도 말했었다.
작품 속에서 엄마가 죽었다고 단정짓지는 말아달라고...
자신은 엄마의 죽음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고...
내가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 역시도 진혼곡이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들 엄마가 너무 안스럽지 않은가!
마지막 장면에서 공중부양 중이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앞에서 장녀(차지연)가 말한다.
"우리 엄마를 가여워해주세요.
 우리 엄마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우리 엄마를 부탁해요!"

미안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엄마를 가여워해서는 안 된다.
그럴 자격이 우리에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다 못해 노골적인 결말에 나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원작의 그 절절함과 간절함은 도대체 어디로 실종되버렸는가!
무대위 피에타상보다 더 공중부양된
엄마를 부탁해...를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