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2. 4. 08:32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1.15. ~ 2013.03.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최호중, 이준혁 (한영범) / 전성우, 신성민, 윤소호 (류순호)

        임철수 (이창섭), 지혜근 (조동현), 최성원 (신석구)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연출 : 박소영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여신님이 보고계셔> 프리뷰 두번째 관람.

캐스팅의 기대보다는 스토리에 더 집중해서 보고 싶어서 충무아트홀 블루를 찾았다.

보고 난 느낌은...

이준혁, 신성민 캐스팅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확실히 최호중, 전성우 캐스팅에 비하면 느낌이 좀 덜했던 건 사실이다.

배우의 정확한 딕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게 이준혁 배우의 혀짧은 발음은 많이 거슬렸다.

예전에 <빨래>에서는 몽골청년이라 일부러 그렇게 했나보다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보고 아니라는 걸 알았다.

노래 부를 때는목소리 톤도 그렇고 음색도 참 매력적인데

대사가 시작되면 발음때문에 여지없이 느낌이 반감된다.

배우로서 더 집중력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어떻게든 딕션을 고쳐야 할 듯.

(쉽진 않겠지만...)

어눌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임철수와 지혜근 배우.

혀짧은 발음의 이준혁 배우까지...

보면서 좀 심난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번째 관람을 예매하게 만들만큼 이 작품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신성민의 유순호는,

전성우의 유순호만큼 안타깝게 절망적이진 않았다.

마치 어미품을 잃은 아이의 철모르는 순수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가 표현하는 절망과 두려움은 형의 죽음을 목도한 것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그보다 더 먼저 뭔가의 근원적인 사건이 있지 않았을까 의심케 만든다.

전성우 유순호가 조우한 여신과 신성민 유순호가 조우한 여신은 그래서 완전히 다른 여신같다.

(그래, 당연히 같을 순 없겠지!) 

어쩐지 나는 전성우의 해석이 더 마음에 와닿는다.

 

 

내가 이 작품에 빠져드는 이유는,

이 이야기 속에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이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평화롭고 아늑한, 그래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행복한 낮잠같은 시간이 있다.

여신이 살고 있는 그 세계!

그게 비록 잠깐의 환상일지라도,

나는 기꺼이 피터팬이 사는 그 세계에서 열심히 꿈꾸는 걸 택하겠다.

그러다 여신을 만나면 다행이고,

그렇지 않다면 순호처럼 여신이 되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런데 사실은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여신님이 어딘가에서 흐뭇한 얼굴로 다 보고계셨으면...

그렇다면 나도 칭찬받고 싶어서, 머리 한 번 쓰다듬 받고 싶어서

더 착하게, 더 열심히 살게 되지 않을까?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열심히 들어줄때마다 한 마디씩 하면서 말이다.

 

"여신님! 나 잘했죠?"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