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0. 29. 08:32

<영웅>

부제 : 누가 죄인인가!

일시 : 2012.1016. ~ 2012.11.18.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대본 : 한아름

작곡 : 오상준

안무 : 이란영

연출 : 윤호진

제작 : 에이콤인터내셔날

출연 : 김수용, 임현수 (안중근) / 김도형, 이희정 (이토 히로부미)

        홍기주, 리사 (설희) / 송상은, 이수빈 (링링)

        황만익, 박송권, 김영철, 정의욱,민경옥, 장기용, 김덕환,

        윤선용, 김영완 외

 

일단 정말 착한 가격이라서 놀랐다.

어쨌든간에 뮤지컬 <영웅>은 매번 재공연될때마다 다시 챙겨보게 되는 작품이다.

초연때 느낀 감동이 엄청나서인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도 매번 애정과 관심을 담뿍 담고 관람하게 된다.

안무도 환상적이었고, 무대 셋트도 획기적이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뮤지컬 넘버가 가슴속으로 그대로 파고들었다.

(적어도 이 작품을 보는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 나는 조국을 위하는 애국자로 빙의된다!)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한 뒤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칠 땐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아

가슴대신 손바닥이 터져라 박수를 치게 된다.

류정한, 정성화, 양준모 세 명의 안중근이 전부 내겐 깊은 감동과 인상을 남겼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 새롭게 만난 또 한 명의 안중근 김수용.

정말 기대를 많이 한 배우라서 일찍부터 예매를 하고 기다렸었다.

배우 스스로도 이 역할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르기도 했지만

지끔껏 뮤지컬 배우로서 김수용이 쌓아온 역량과 이력 역시 안중근이라는 배역을 충실히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김수용 안중근은,

비장하고 진지했다. 

그는 연기도, 노래도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고 열심이었다.

단지 그의 얇고 가벼운 목소리가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묵직하고 깊이있게 표현하기엔 부족했다.

"장부가"나 "누가 죄인인가"같이 점점 힘이 실리는 넘버가 진중하게 살지 못해서 안타까웠다.

고음부에서 간간히 루케니 발성으로 넘버를 소화하는 것도 약간 이물감이 느껴졌고...

인물과 작품에 아주 비장하게 접근은 했지만 특유의 음색때문에 

어쩔수없는 괴리감 같은 게 느껴졌다.

그래도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자신이 맡은 배역에 충실한 모습을 보는 건 역시 아름답다.

 

어쩌면 내게 <영웅> 초연의 이미지가 너무 깊게 각인됐는지도 모르겠다.

외무대신(윤선용)은 군인이 아니라 간신배 같았고 눈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같다.

전체적으로 너무 과장된 인물이 되어 버렸다.

목소리는 너무 기름져서 뭐랄까 느끼한 바람둥이 같은 이미지였다고나 할까?

김내관(김덕환)의 목소리톤은 내관이 아니라 거의 왕의 포스였다.

2막 법정장면에서는 그 목소리가 나쁘지 않았는데

1막에서는 아이다 아버지와 자꾸 중첩이 돼서 혼자 난감했다.

조도선(박송권)은 노래가 너무 불안했고,

대사톤과 노래를 부를 때의 톤이 완전히 달라서 개인저으론 좀 이상했다.

(조휘의 미니미처럼 느껴지기도 하고...그러기엔 노래가...)

유동하(김영철)도 노래와 감정이 좀 부족했다.

교도소 장면에서 수의를 전달하는, 너무나 해맑던 간수의 표정도 충격적이었고...

그래도 가장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던 캐스팅은 설희역의 리사였다.

1막 등장부터 삽겹살로 이제 막 회식을 끝내고 나온 것 같은 기름진 입술을 보면서 혼자 기겁했었다.

뮤지컬을 그래도 꽤 많이 했는데도 설희의 넘버를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거의 재앙 수준의 대참사다.

노래와 대사, 연기 다 심각했다.

특히 본인이 그렇게 자신있어하는 고음부분은 특별히 더 절망적이었다.

(오죽했으면 기차에서 제발 빨리 뛰어내렸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을까!)

참 미안한 말이지만 링링역의 이수빈이 리사보다 오히려 몇 수 위로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좀 막막하고 답답했다.

그래도 조마리아(민경옥)은 절절한 노래는 역시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민경옥의 절절함과 간절함은 여전하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라고해도충분히 믿겠다.

(민경옥 이분 때문에 이번 시즌 <영웅>을 보면서 위로받았다)

 

그냥 좀 답답하고 안스러웠다.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작품이라서 심난한 마음이 더 컸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전히 <영웅>은 좋은 작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번 시즌 앙상블들은 정말이지 최고로 환상적이었다.

추격장면의 역동성과 긴박감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사생결단으로 무대를 채우던 앙상블을 보면서 진심으로 감동했다.

이번 시즌 <영웅>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붜래도 바로 이들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