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1. 23. 08:07

<Interview>

 

일시 : 2016.10.24. ~ 2016.11.27.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출연 : 이건명, 민영기, 이선근, 임병근 (유진킴) / 김수용, 김경수, 조상웅, 이용규, 고은성 (싱클레어)

        문진아, 한서윤, 김주연, 전예지 (조안)

주최 : 수현재컴퍼니

 

이 작품은 지난 5월 단 12일간의 공연만으로도 호평이 자자했던 뮤지컬이다.

심지어 본게임은 시작도 안됐는데 이미 해외판권까지 팔려

내년 1월에는 됴코, 2월은 뉴욕에서 공연이 될거란다.

(얼마전에 김수로가 트위터로 뉴욕 캐스팅도 공개했던데...)

솔직히 말하면,

허세가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그래서 관람을 망설였던것도 사실인데  모른척하기엔 배우진이 너무 좋았고

들리는 입소문도 여전히 호평 일색이다.

그래서 비합리적인 의심을 버리고 공연장을 찾았다.

 

그런데... 놀랐다.

뻔한 이야기이고 예상되는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엄청난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추정화의 대본과 연출도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빛을 발한다.

이건명이 극의 무게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줘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졌고  

김경수는 차례로 등장하는 다섯명의 인격을 그야말로 신들린듯 연기했다.

한동안 노래할 때 숨소리가 커던 문진아도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고 깔끔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건 허수현이 만들어낸 음악.

<쓰릴미>를 아주 인상깊게 봐서 그런 작품 한 편 만들고 싶었다는데 성공한 것 같다.

한 대의 피아노로 이렇게 깊고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냈으니 말이다.

아주 드라마틱한 감정을 담고있는 음악이라 들으면서 몇 번씩 감탄했다.

(금발의 피아노 연주자 강수영의 활약도 대단했다.)

요즘 추정화, 허수현 부부의 콤비가 일을 내고 있다.

덕분에 관객들은 좋은 창작뮤지컬을 볼 수 있어서 좋고!

(그런 의미에서 차기작 <스모크>도 기대가 된다.) 

 

Dissociative Disorder

흔히 다중인격으로 불리는 해리성 정체 장애.

이 작품 때문에 예전에 읽었던 <빌리 밀리건(Billy Miligan)>이 생각났다.

1977년 윌리엄 스탠리 밀리건이라는 사람이 수 차례의 강간, 무장강도 협의로 체포된다.

하지만 재판장에 선 그는 자신이 저질렀다는 범행에 대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가 지능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78년 윌리엄은 무죄를 선고받는다.

무죄의 사유는 해리성 정체 장애.

이 사건은 법원에서 해리성 정체 장애로 무죄가 선고된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윌리엄에게서 발견된 인격은 무려 24명.

 

싱클레어와 윌리엄의 인격들을 비교해보면 유사성이 발견된다.

어머니의 분노와 의붓아버지의 학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또 다른 나.

그렇게 탄생된 인격이 만들어내는 또 다른 인격들.

이들이 씻을 수 없는 범죄를 일으키는건 결코 용서할 수 없지만

스스로 이런 인격이라도 만들어야만 살 수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단죄가 최선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무겁다.

위험한 발언이지만,

다른 인격 속으로 숨을 수 있음이...

조금은 눈물나게 부럽다.

 

허상, 망상, 상상.

나의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나.

사람들은 모두 자기 안에 괴물을 안고 산다.

내 안에 너무 많은 내가 있어 내가 누군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넌... 지금 누구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