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7. 5. 00:02


솔직히 말하면 박정환이라는 배우가 출연한다고 해서 선택한 뮤지컬이었다.
딱히 기대를 했던 것도 아니라 만약 재미가 없어도 그만이라는
상당히 껄렁한 마음으로 선택한 공연이었다.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제목은
홍보성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 같아 오히려 눈에 거슬리기까지 했다.
그래서 보고나서 실망하게 된다고해도
주말마다 공연장을 떠도는 내 몹쓸 습성을 탓하리라 은근히 강짜를 부르기도 했었다.
어! 근데 이 작품,
껄렁했던 처음 마음이 미안해질만큼 너무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박정환, 원종환, 오의식, 이주훈, 김동현
5명의 꽃미남(?)들의 연기도 상당히 괜찮았고 노래도 다들 썩 잘한다.
캐릭터들의 성격은 전부 다 다르지만 은근한 일체감이 있고
배우 한명 한명에게 할애되는 시간도 제법 착하다.
여자 주인공(홍기주)은 노래가 많이 불안하긴 했지만 대사톤과 느낌은 좋았다. 
그리고 숙대 나온 여자분(김세인 ^^)은 정말 여러 면에서 눈에 띄더라.
무대 셋트는 귀염성있게 알차게 만들어졌고
배우들은 그 무대 구석구석을 또 알차고 야무지게 이용한다.
유치하리라 생각했던 내용은 그래도 재미있게 교훈적(?)이었고 
유머러스한 포인트들도 난잡하지 않게 잘 배치되어 있다.
애드립이었는지, 계획된 연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애드립쪽이 맞는 것 같다)
탁탁 치고 받는 대사가 너무 재미있어 쉴새 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면서도 진지한 부분에서는 엄청난 몰입으로 분위기를 바꿔낸다.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꽤 잘 만든 소극장 뮤지컬이라는 생각.



스텝들을 찾아봤다.
작가 : 이재국 (극작가, 공연기획자.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연출 : 김한길 (춘천 거기)
작곡 : 김혜성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작사 : 정  영 (남한산성, 스프링 어웨이크닝, 바람의 나라)
음악감독 : 구소영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뮤지컬 라디오 스타)
안무 : 한승훈 (사랑한다면 춤을 춰라, 뮤지컬 빨래)
괜찮는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은 구성이긴 하다.
"오징어송(?)"이나 "가락시장 칼잡이" 같은 노래는
가사의 임팩트도 강하고 장르도 넘나들며서 독특한 재미를 준다.
자칫 잘못하면 무지 산만한 작품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
꽤 공을 들여서 만든 작품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소극장 공연의 매력은,
땀을 흠뻑 쏟으며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을
바로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다는 것과
실수를 애드립으로 바꿔 오히려 더 재미있게 만드는 걸 보는 재미에 있다.
(단, 과유불급(過猶不及)에 항상 주의해야만 한다)
그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이 주는 황홀경이 어쩌면 관객을 메번 홀리는 건지도.
그 세계에 빠지면 참 약도 없다는데...
동반되는 지름신은 또 어이할꼬!!!



개인적으론 배우 박정환은 제대로 알고 싶다면
꼭 그의 소극장 작품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가 대극장형 배우가 못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함께 연기하는 후배들을 독려하며서 열심히 이끌어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보는 건
(아무래도 대극장에선 그런 섬세함을 목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관객으로선 상당히 아름답고 이쁜 모습이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그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는 보지 않았을 공연이다.
박정환이라는 배우를 통해 이렇게 또 다시 알찬 소극장 뮤지컬을 알게 됐으니
매번 고마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뮤지컬과 연극을 번갈아 가며 무대에 서는 배우 박정환의 부지런한 모습을 보면
그에게 배우의 삶은 그냥 일상이구나 싶다.
그래서 그가 출연한 소극장 작품들은 대부분 자리를 잘 잡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투박한 그의 섬세함이 한몫 했으리라는 게 내 짐작.
그의 대사끝이나 동작의 끝, 심지어 대사 후의 입매의 끝에서 느껴지는 투막한 섬세함은
묘한 여운과 함께 은근한 동참을 선동한다.
그렇게 선동하며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 박정환이 그래서 나는 참 좋다
그리고 크든 작든 그의 무대를 보는 건 매번 어김없이 기대된다.



엔딩 커튼콜을 보면 박정환 뿐만 아니라 출연하는 배우 모두가  
얼마나 이 공연 자체를 충분히 즐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행복하겠구나 싶은 부러운 생각도...
솔직히 좀 샘이 나는 모습이기도 하다.
배우들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특별하고 뿌듯한 특권이...



                                                         상품이 아니라 즐거움을 파는 총각네 야채가게 ^^
                                                         꿈을 꾸는 젊은이들의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파이팅!!!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