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7. 9. 08:46

<콩칠팔새삼륙>

 

부제 : 봄날 경성 연애사

일시 : 2012.06.29. ~ 2012.08.05.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극작 : 이수진

작사,작곡 : 이나오

음악감독 : 신경미

연출 : 주지희

프로듀서 : 조용신

출연 : 신의정, 최미소, 조휘, 최용민, 김정연, 김준오, 김보현, 유정은

제작 : 충무아트홀, 모비딕프로덕션

 

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하고 명동예술극장 지원하는 2011 창작팩토리  뮤지컬 부분 1위를 차지하면서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이 된 창작 뮤지컬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오랫만에 조휘의 공연을 보는구나 뭐 대략 그런 정도의 감흥(?)이었다.

프리뷰 티켓이 2만원이라는 것도 관람에 한 몫을 했다.

(아무리 소극장 공연에 초연 프리뷰라지만 이런 은혜로운 가격이 정말 얼마만인지...)

부제는 봄날 경성 연애사란다.

대놓고 촌스러움을 드러내는 그 과감성이라니...

게다가 요즘 공연계에서 한창 뜨고 있는(?) 동성애란다.

솔직히 보기 전부터 살짝 식상할 기미가 다분했다.

그.랬.드.랬.는.데...

 

이 작품 꽤 괜찮다.

동성애 코드가 진한 것도 아니고 내용 자체도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다.

(사실 이게 동성애가 맞나 싶다)

모든 여학생들의 데자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도 예전 학창시절에 친한 친구와 애뜻한 감정을 가지기도 했었다.

고등학교가 다른 곳으로 배정돼서 맨날 전화하면서 울었었다.

근데 그렇게 애뜻한 친구가 지금은 뭘하고 사는지 전혀 모른다.

산다는 게 참, 그렇다.

이 작품은 1931년 영등포 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단다.

작품의 제목 <콩칠팔새삼륙>은 홍난파가 작곡한 동요의 제목에서 따왔는데

홍난파는 자신의 조카가 쓴 동시를 보고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조카가 바로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홍옥임이라고.

홍옥임은 조선 최초로 의사 면허를 획득했던 일곱 명 홍석후 박사의 외동딸이고

김용주는 종로에서 유명한 사업가 김동진의 장녀였단다.

뭐 두 인물을 제외하고 모두 픽션이라지만 어쩐지 있을 법한 이야기이긴 하다.

실제로 두 여인은 동반자살을 했다는데

극의 내용처럼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지위와 사회진출이 허락되지 않은 시대상황에 대한 비관이었으리라.

어쨌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끄집어내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솔직히 유치찬란할까 걱정도 됐었는데

상당히 집중력있고 개연성있게 작품을 만들었다.

제목이 낯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는데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댄다는 뜻의 우리말이란다.

그래,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겠는가!

다 나름으로 살아지는 건데...

 

작품은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앙증맞다.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여자의 작품이라고 말한다면 성차별적인 발언일까?

극작, 작사(작곡), 음악감독, 연출 4인방의 우먼 파워에

시종일관 열심히 제 몫을 하던 4명의 여배우들까지...

그렇다고 남자배우들의 활약상이 빈약하다는 소리는 결단코 아니다

4인의 남성 동지들도 멋졌다. 진심으로!

그리고 8명 배우가 원캐스트로 출연한다는 점에는 정말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요즘 공연은 더블캐스팅만 해줘도 얼마나 감지덕지한지...)

무대 뒤에는 5인조 밴드가 숨어있어 직접 스윙, 재즈, 탱고를 연주한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 넘버를 들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연주도 괜찮고, 노래도 괜찮다.

촌스럽지 않게 편곡도 잘 된 것 같다.

덕분에 자칫 악극처럼 촌스러울 수 있는 노래들이 꽤 세련되게 들린다.

특히나 아름다운 건 스텝과 배우의 열정과 노력이다,

역할에 깊게 몰입되어 있는 배우들의 눈빛을 보는 건

관객으로써 지극한 행복이고 깊은 감동이다.

게다가 젊은 배우 일색의 무대가 아니라는 것도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

연세 지긋한 배우 최용민의 활약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든든하다.

홍옥임, 김동주를 제외한 6명 배우는  전부 멀태맨이라고 하겠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그것도 잠깐의 등장하는 인물조차도 전부 자기 몫을 충분히 한다.

 

한창 뜨고 있는 hot한 배우가 있는 것도,

소녀팬들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스타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무대가 화려해서 눈이 호사하는 것도 아닌데도 이 작품.

참 착하고 이쁘고 매력적이다.

작지만 섬세하고 성실한 창작품의 탄생이다.

그러니 부디 성실하고 섬세하게 잘 발전했으면...

어쩐지 나도 모단걸이 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