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1. 21. 09:05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정말 다행이다.

계속되는 혹평때문인지 아니면 제작진에서 심각하게 문제 파악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열심히 피드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열 정상윤.

정말 너무나 대단하고 엄청난 배우다.

쓰러지려는 <풍월주>를 일주일만에 이렇게까지 일으켜 세웠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초연의 명성을 깎아내리며 관객들의 가혹한 비판과 외면을 받았을거다.

넘버 그대로 "내가 아니면, 네가 아니면"이 무대 위에서 정상윤으로 인해 재연되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프리뷰 이후 본공연은 더 손을 봐서 올린다니 조금 더 기대를 해보자.

 

사담 배두훈.

전혀 몰랐는데 해군복무중 "보이스 코리아2"에 출연해서 세미파이널까지 올라간 실력자란다.

그래도 뮤지컬 출연은 처음이라는 쉽지 않은 역을 잘 할까 의심스러웠는데

첫작품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노래와 연기가 좋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가수의 바이브레이션을 다 버리진 못하긴 했지만

본인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니 충분히 보완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첫연기치곤 의외로 잘해서 의아해했는데 역시나 한예종 연기과 학생이란다.

어쩐지 연기에 감이 있더라.

목소리톤도 정상윤과 아주 잘 맞아서 두 사람의 듀엣곡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키가 좀 작은게 아쉽긴한데 뮤지컬배우로서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배우같다.

소리가 노래 감성이 좋은 건 확실히 큰 장점이고

여기에 연기력만 확실하게 뒷받침되면 정말 괜찮은 배우가 될 것 같다.

 

전혜선 진성여왕은 김지현에 비해면 존재감이 약했다.

여왕의 위엄과 권위보다는 질투심에 사로잡인 여인의 느낌이 훨씬 강하다.

그래서 열로 인해 일시에 무너지는 장면의 감정표현이 꼭 불륜을 눈 앞에서 목격한 본처의 발악같다.

좀 더 의연하고 무게감있는 표현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딕션은 분명 나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대사와 가사가 잘 안 들렸다.

특히 다른 배우들과 같이 부르는 노래에서는 목소리가 거의 묻혀서 잘 들리지 않는다.

"너를 위해 짓는 마음"은 김지현과 신성민이 불렀을 때 두 사람의 심정이 다 전달이 됐는데

이번엔 배두훈 사담의 마음만 전달됐다.

그렇게고 배두훈의 발란스가 컸던 것도 분명 아니었는데...

운장과 군곰은 초연의 느낌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았고

부인네들도 옷자락 좀 제발 그만 펄럭거렸으면 좋겠다.

스토리 자체는 초연때보다 더 개연성있고 촘촘해지긴 했는데

이걸 표현하는 이종석 연출의 방식은 확실히 떨어진다.

이재준의 감각적이고 섬세한 연출이 솔직히 많이 그립다.

배우들의 움직임을 감당하지 못하는 무대 소음도 어떻게 해야 할 것 같고

불필요하게 몸을 쓰는 장면들도 과감하게 처냈으면 좋겠다.

커튼콜 동선을 바뀐건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첫공때 암전 상태에서 무대를 급하게 내려오던 정상윤 열때문에 얼마나 놀랐던지...

("쿵!" 하는 소리에 누가 무대에서 제대로 넘어진 줄 알았었다.)

 

추가된 곡들이 아직까지는 낯설지만 <풍월주>의 넘버는 확실히 좋다.

다만 <삼천>처럼 국악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음악이 전체적으로 너무 현대적이고 화려했고

심지어 행진곡을 연상케하는 음악도 있어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첮공의 기억이 너무 강력해서 재연은 프리뷰 관람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열심히 피드백을 하면서 수정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

1달쯤 뒤에 다시 보게 되면 더 많이 달라져있지 않을까?

그리고 확실히 믿는다!

정상윤이 <풍월주>를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거란걸!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