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4. 22. 08:16

 

 

<Hedwig>

 

일시 : 2016.03.01. ~ 2016.05.29.

장소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대본 : 존 카메론 미첼

작사, 작곡 : 스티븐 트레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손지은

출연 : 윤도현, 조승우, 조정석, 정문성, 변요한 (헤드윅) / 서문탁, 임진아, 제이민 (이츠학)

제작 : (주)쇼노트

 

New Make Up 이라고 했다.

그래서 뭔가가 달라졌나보다 싶어 기대가 됐다.

그런데 달라진건 무대 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이츠학이 첫 곡을 영어버전으로 부른다는거 빼고는 추가된 넘버도 전혀 없다.

그렇다고 무대가 엄청난 것도 아니고...

단일 무대에서 멀티 레이어드로 무대가 바뀌었다는데 이게 맞는 표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자동차 여러대가 몇 겹으로 쌓여있으니 레이어드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무대 오른쪽에는 이츠학에 의해 완전 수동으로 들락 날락하는 자동차가 한 대 있는데

보닛에 고프로가 있어서 거기서 헤드윅이 어린 시절 오븐에서 지낸 이야기를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무대 셋트들이 바뀌긴 헸는데,

개인적으로는 예전의 무대셋트가 훨씬 좋았다.

올드한 감성이긴한데

아무래도 <헤드윅> 만큼은 대극장이 아닌 작고 소박한 공연장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래야 토미 노시스의 대형 콘서트와 비교도 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미스테리 여인의 이야기에도 더 쉽게 귀를 기울일 수 잇을 것 같다.

물론 이 작품에서 "조승우"의 존재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긴 무대의 변화 따위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조승우로 충분한데...

허허벌판에 조승우만 서있어도 가득 차보일텐데 말이다. 

거기에 rock feel 충만한 서문탁까지 가세하니 공연장 지붕이 뚫리지 않는게 용할 정도다.

평일 낮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장은 빈지라리 전혀 없이 매진이 됐고

관객은 수요일 낮 3시를 불금의 밤 12시쯤으로 만들었다.

3시간 가까운 공연 시간도 놀랍지만

단 한 번도 객석의 집중력을 놓치지 않는 조승우도 역시 놀랍다.

 

2005년 초연때부터 매 시즌마다 꼭 챙겨봤으니

나도 <헤드윅>에 관해서라면 이제 이골이 날 정도로 난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보는 이유,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이다.

근데 이것도 이제는 정말 못해먹겠다.

커튼콜 스탠딩의 압박.....이 점점 공포로 다가와서...

요즘엔 의무적인 기립박수도 싫어 왠만해선 1층 맨 앞 자리 예매도 절대적으로 피하는 입장이라 더 그렇다.

(한마디로 늙었다는 뜻!)

그래서 이번 시즌도 조승우와 변요한만 보자 작정했다.

어쩌면 이번 관람이 마지막으로 보는 조승우 헤드윅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혼자 살짝 감상적이 되버렸다.

10년의 시간.

초연의 조승우와 지금의 조승우를 머릿속에 나란히 세워놓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일단은 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는 만고의 진리에 감사했다.

조승우도 10년 전의 그 몸은... 미안하지만 아니더라.

그런데!

나는 그 나이듬이 또 너무나 좋았다.

젊은 헤드윅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었는데,

지금의 헤드윅은 그와 다른 노련함과 세월의 질곡이 묻어 있어 애잔하다.

슬픔과 서글픔의 차이.

 

만약에...  

조승우가 50이 넘은 나이에 헤드윅을 하게 된다면,

산전수전 다 겪은 헤드윅을 보기 위해 기꺼이 공연장을 찾게 될 것 같다.

그때 듣는 "The origing of love"는...

와. 정말 신화같고 전설같고 종교 같겠다.

 

진실이 전부인 여자.

헤.드.윅.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