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5. 9. 08:55


어쩌다보니 참 오래 묵혔다 쓰게 됐다.
너무 여운이 길고 깊어서?
안타깝게도 그 반대다.
이걸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 그래도 본건데 몇 자 끄적여 보자는 맘에서...
용산에서 공연됐을 때는 그래도 평가가 좋았던 모양인데
(안봐서 당췌 모르겠고!)
대학로로 다시 넘어와서는 용산에서 만큼의 평가를 받기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공연 사진만으로 비교해도 규모 자체에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고,
객석도 너무하다 싶을만큼 많이 비어있어 안스럽다.

사실 계획에 전혀 없던 관람이긴 했지만
그래도 조금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일단 캐스팅도 괜찮았고 좋아하는 "Jazz"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을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거기다 대한민국 최고의 안무가로 알려진 서병구 선생이 연출과 안무를 맡았다니 그 신선함도 기대가 됐었고...
이 작품으로 작년에 뮤지컬시상식에서 안무상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문종원, 전수미, 심재현, 문예신 그리고 올댓걸과 올댓보이...
 

 

다 보고 기억에 남는 건
멋진 재즈 댄스도, 멋진 재즈 음악도 아니라
조금은 민망하고 과하게 흔들어대던 올댓댄서들의 심하게 볼륨업 된 엉덩이였다.
좌석이 맨 앞인 탓도 있었겠지만
솔질히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의 안무였다.
무대와 객석간의 거리가 멀었다면 좀 달랐을라나???
안무가 전체적으로 너무 과하다 못해 차라리 그로테스크(?) 하다.
이걸 재즈댄스라고 하는 게 맞나?
정말 열심히는 추는데 뭐랄까 난발되는 기교 앞에서 처참하게 난사당하는 느낌이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다 오싹했다.
그리고 음악도 재즈스럽긴 했었나???
차라리 공연 시작 전에 대기하는 공간에서 연주하던 음악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솔직한 심정은,
딱 낚인 것 같은 기분!


2010년에도 문종원이 이 역을 했다는데
어이없게도 참 라다메스적으로 연기를 하더라.
(제발 이날만 컨디션 난조로 그랬던거였길...)
그게 또 신경에 몹시 거슬렸다.
팔이 빠져라 흔들어도 결코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을 보는 난감함이랄까?
뭔가 붕 뜨고 겉멋이 잔뜩 들어있는 느낌.
그래서 그 속에 예술가의 고뇌와 절망감 같은 게 드러날 틈이라고는 바늘 끝만큼도 없다.
오히려 양아치같은 느낌이랄까? (죄송... 하지만 정말 그랬어요.. ㅠㅠ)
전체적으로 다 문제긴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는 거!
흔하디 흔한 칙릿 소설의 그렇고 그런 뻔한 러브 스토리.
그렇게 대놓고 심파로 가겠다 작정을 했다면
춤이라도 끝장이던가 아니면 음악이라도 끝장이던가 둘 중 하나로는 승부수를 띄웠어야 했는데
그것조차도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카메라맨 심재현의 감초같은 코믹 연기와
데이비드 문예신의 춤은 그런 중에도 눈에 들어오긴 하더라.


퓨전도 아니고, 동서양의 만남도 아니고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나???
사실 보고나서 끄적이는데 한참을 망설인것도 
<All That Jazz>가 내게 준 정체성의 혼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 뮤지컬에서 뭘 봤어야 했을까???
아직도 나는 혼란 속에 있다.

이제 그만 All That Jazz를 보여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