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2. 27. 06:27
군을 제대한 주지훈의 복귀작으로 한때 화제가 됐던 뮤지컬이다.
기자회견장에서 주지훈은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본인의 강한 의지와 남다른 각오와는 다르게 갑작스런 성대 결절로 결국 하차하는 비운(?)을 겪었다.
덕분에 오디컴퍼니는 초비상사태에 직면했다.
공연 개막일은 점점 다가오고
홍광호 원톱으로 작품을 끌고 가기엔 티켓파워도 불안하고 공연기간도 너무 길다.
일단 몇몇 공연을 취소하면서 홍광호 단독으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로지 신춘수이기에 가능한 일어었겠지만
주지훈의 하차를 조승우라는 핵폭탄으로 땜방하는(?) 엄청난 일이 벌어졌다.
신춘수가 새 작품을 올리면서 조승우에게 프로포즈를 안 했을리 없었겠지만 조승우는 첫 프로포즈에서 <닥터 지바고> 대본을 읽고 전혀 끌리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했다.
주지훈 하차가 결정되고 다시 프로포즈가 왔을 때는 심지어 기분이 상했노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결국 출연을 결정했다.
홍광호가 핸드폰 문자로 보낸 성경 구절 하나 때문에...
나도 기독교인이긴 하지만 종교의 힘은, 아니 기독교의 힘은!
너무 무섭다.
(오디는 당분간 고마운 홍광호에게 잘해야 겠다!)
 




나의 첫 <닥터 지바고> 캐스팅은 홍광호, 전미도였다.
"미친 가창력"이란 찬사를 듣는 홍광호가 표현하는 유리 안드레비치 지바고!
홍광호가 노래를 잘 하는 건 나 역시도 인정한다.
선입견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어쩐지 그가 부르는 노래는 전부 CCM 같다.
그래서 오히려 다양성과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솔로곡은 그나마 괜찮은데
라라와 토냐와 함께 듀엣을 부를 때는 홍광호의 목소리가 너무 강하고 세다.
상대편의 목소리를 악착같이 묻어버리겠다 작정한 듯한 강한 소리.
다른 목소리를 포용해서 조화롭게 아우르는 걸 안타깝게도 그의 노래에서 느껴본 적이 없다.
더불어 연기적인 부분도 많이 아쉽다.
호흡과 대사의 완급 조절을 능수능란하게 하려면 조금 더 연륜이 쌓여야 할까?
그래도 꽤 많은 작품에서 비중있는 역할을 했었는데 아직 감정 전달이 미숙하다는 건 좀 생각할 부분인 것 같다.
이 작품은 엄청안 크라이막스가 있거나 눈을 확 잡아끄는 충격적인 장면이 있는 게 아니라서
오로지 출연배우들의 연기력과 집중력에 의해 공연의 질이 결정된다.
그러기엔 아직 홍광호는 확실히 미숙하다.
대사와 대사 사이의 틈을 이용하는 영리함도,
톤의 변화로 심경을 담아내는 깊이도 아직은 서툴다.
라라 역의 전미도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기대치에 못 미친다.
때때로 대사 톤이 아무 감정 없이 책을 읽는 것 같았고
노래 역시 불안했다.
너무나 비극적이게도 홍광호의 목소리에 절대적으로 뭍혀 맥을 못춘다.
이상하다.
홍광호, 전미도의 조합은 마치 완성되지 않은 워크샾 공연같다.
이게 단지 연륜과 경험 부족 때문일까?
불안한 두 주인공에 비해
토냐 최현주, 파샤 강필석, 코마로브스키 서영주는 확실히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낸다.
이들이 아니었으면 아마도 나는 꽤나 무료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오디의 캐스팅이 늘 <지킬 앤 하이드>의 복기같아 불안하다.
마치 이들이 전속 계약 배우들처럼 느껴진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새로운 작품이 올라와도 어쩐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는 결정적은 약점을 오디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뮤지컬을 보기 전에 일부러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원작을 찾아 읽었다.
어쩌다보니 그닥 성실하지 못한 번역본을 읽고 말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장중하고 그리고 조금은 귀족적이었다.
이 엄청난 세계대전의 혼란스런 시대를 어떻게 무대에서 보여줄까 궁금했는데
황량했다.
전장씬의 군인들은 숫자가 너무 적어 빈약했고
(세계대전이 아니라 동네 싸움 같았다)
대형 레고 블록을 연상시키는 기차가 나올 때면 번번히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제일 당혹스러웠던 스크린에 비친 영상들.
(뭘 말하고 싶었을까???)
필름을 빠르게 감듯 전개되는 몇몇 장면들은 단지 스쳐 지나가기만 해서 허무했고
파샤와 라라의 결혼장면은 너무 길어 지루했다.
전장에서 느닷없이 욕망 운운하며 라라에게 사랑고백하는 지바고의 모습은
뜬금없어 안스러웠다.
그래도 얀코의 주머니에서 나온 편지를 읽으며 지바고와 라라가 부르는 "Now"는 애틋했다.

오디의 신춘수 대표가 여기저기서 욕을 먹으면서 굳이 조승우에게 프로포즈를 한 이유를
미안하지만 홍광호의 지바고를 보면서 알게 됐다.
이 작품은 노래나 무대, 다른 어떤 것보다 
주인공 지바고가  좁은 스펙트럼 안에서 어떻게 미묘한 감정의 차이를 표현하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그걸 짧은 기간 안에 최대로 이끌어내 표현할 배우는 확실히 "조승우"가 거의 유일해 보인다.
그리고 실제를 그는 먹을 것 없던 소문난 잔칫상을 열심히 진수성찬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4주라는 짧은 연습기간을 마치고 무대에 선 조승우.
그는 괴물일까?
문득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떠오른다.
(이 말을 이해할 사람 아마 많을거다)

궁금하다.
조승우가 표현할 유리 지바고의 모습이.
그래서 나는 다시 샤롯데를 찾게 될 것 같다.
한 번은 내 눈으로 꼭 봐야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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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