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 23. 08:34

<Jekyll & Hyde>

일시 : 2013.01.08. ~ 2013.02.09.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원미솔

제작 : CJ E&M, (주)오디뮤지컬컴퍼니

출연 : 윤영석, 양준모 (지킬/하이드), 정명은, 이지혜 (엠마)

        선민, 신의정 (루시), 김봉환(덴베스), 김정민(어터슨)

        이석(글로솝), 강상범(세비지, 풀), 김태문(주교)

        정현철 (스트라이드, 스파이더), 김기순 (비컨스필드/기네비어)

 

양준모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을 다시 보진 않았을거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

이 사람만큼 자기 이력을 충실히 쌓아가는 배우가 또 있을까?

<스위니토드>, <영웅>, <팬텀 오브 디 오페라>,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곧 개막될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까지...

나열해보니 남자 뮤지컬 배우의 로망인 작품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대단한 작품들의 주인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는 큰 인기를 얻거나 세간의 이목을 받지 못했다는 거다.

이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도 찾아온 관객이 무지 많았는데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 보였다.

심지어 "양준모가 누구야?" 라는 소리도 꽤 많이 들었다.

늘 궁금했다.

왜 유독 양준모라는 배우는

그가 출연한 대단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늘 가려진 듯한 느낌인지...

오디 대표 신춘수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언급의 가치가 꽤 있어 보인다.

"준모는 오디션에 항상 참여했는데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외모 때문에 좀 망설였다"

실제로 이날 본 양준모 지킬(하이드 말고)은 흡사 강호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쥬얼이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강호동 때문에 관람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혹시 나만 이런 인상을 받은걸까???)

맨 앞 줄이 아니라 차라리 좀 뒷자리에서 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양준모의 지킬은...

뭐랄까?

개인적인 느낌은 성급하고 조급했다.

그건 긴박감이나 휘몰아치는 속도감과는 다른 의미다.

지킬을 속히 끝내버리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무기인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하이드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는 배우의 심정이 읽혀졌다.

쓰나미급의 충격을 자신하듯.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래서지 지킬이 끝없이 보채는 강박증이 앓는 어린 애처럼 보인다.

컨디션이 별로라는게 눈에 확연히 보이기도 했지만

지킬의 그 숱한 넘버들을 기대보다 잘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새롭게 추가된 "I need to know"는

제대로 부르는 한국 배우를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이 넘버를 처음 들은 게 하필이면 브래드 리틀의 내한공연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의 넘버들과 약간 다른 비트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선지

매번 들을 때마다 어색한 게 영 친숙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alive"라는 넘버는 심장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망치로 머리에 일격을 가하는 듯한 강력한 충격이길 바랬는데 좀 무난했던 것 같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양준모였건만!)

그래도 확실히 지킬 보다는 하이드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특히 "confrontation"의 파워는 역대 최고였던 것 같다.

(여기에 스킬이 조금만 더해졌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심지어 배우 자신도 그 파워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흔들리는 모습이 살짝 보였다.

그런데 그런 배우의 흐름이 극의 흐름과 비슷해서 나쁘지 않았다.

"Dangerous game"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건 선민 루시.

하이드가 쳐놓은 거대한 거미줄에 갇힌 루시의 모습이 너무 안스러우면서도 무지 섹시했다.

일종의 주도권이 전복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선민이라는 배우를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본건데 놀라울 정도로 노련했다.

김선영 루시가 지금껏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선민도 만만치 않다.

춤은 누가 봐도 훨씬 앞서고, 가창력이나 감정 표현도 수준급이다.

배역에 한계가 있는 목소리라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매번 이 작품이 올라올때마다 앙상블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4개월동안 지방공연을 돌고 서울로 입성해서 그런지 앙상블의 합은 정말 잘 맞는다.

몇몇의 대사톤은 좀 거슬리지만

호흡과 발란스는 정말 좋았다.

오랫만에 초연멤버 김정민 어터슨을 만난 것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어터슨은 김정민 해석이 제일 좋다.)

스파이더 정현철은 예전 표현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하이브리드 하하를 보는 것 같아서...

배우 김기순도 비콘스필드 부인은 좋은데 기네비어일 때는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

뭐 그래도 프롭스만큼의 오버는 아니었고.

정명은 엠마는 양준모가 노안(죄송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상연하 커플을 보는 느낌이었다.

노쇄한 엠마라니?

당혹스럽다.

그래도 루시와의 "In his eys"는 꽤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주조연 보다 앙상블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 말을 남기면서도 참 씁쓸하다...)

너무 애정이 깊어서,

너무 많이 알아서,

그리고 너무 많이 좋아해서

이제는 이 작품을 편하게 관람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려놓을 때가 온 것 같다.

This is the moment!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