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4. 28. 06:37
오랫만에 조카들이랑 공연을 봤다.
요즘 조금 의기소침해있는 조카 녀석 때문에 걱정이 돼서
두 녀석을 데리고 나간 착한 이모 ^^
정말 간발의 차이로 도착해서 부랴부랴 1장을 다시 현장에서 구입했다.
조카녀석들 자리에 앉히고 내 자리를 찾아서 앉았더니 이미 웅장한 서막 연주가 시작됐다.
와! 충무아트홀 3층에서는 처음 관람이었데 그 높이 참 아찔하더라.
뭐 그렇다고 시야방해가 있거나 대사가 잘 안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워낙에 딕션이 좋은 배우들이 포진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Cating :  류정한(몬테크리스토/에드몬 단테스) , 옥주현(메르세데스)
            최민철(몬데고). 조순창(빌포트), 장대웅(당글라스)
            한지연(루이자), 김성기(아베 파리아)
            전동석(알버트), 이미경(발렌타인)


 
원래는 앵콜로 올려지는 <몬테크리스토>를 이번에는 안 볼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게...
영화 촬영으로 당분간 류정한을 무대에서 볼 수 없을거라니
그 전에 한번쯤은 그의 무대를 꼭 봐줘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랄까?
또 다시 몬테크리스토를 한다는 말에 조금 실망한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캐릭터가 한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1인 2역 전문배우라는 타이틀은... 이제는 좀...)
어찌됐든 첫 정이 무섭긴 무섭다.
결국 다시 클릭을 하게 만들었으니...
 


몇 명의 캐스팅을 피하고보니 마음에 드는 날이 다행이 이날 딱 하루뿐이었다. 
오랫만에 김성기씨 무대를 보는 것도 기대가 됐었고...
(그러고보니 <라만차> 초연의 두 주역 류정한, 김성기 배우를 한 무대에서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라만차> 캐릭터 자체에는 김성기가 딱이었는데... 딕션의 한계가 많이 아쉽긴 하지만)
<천변카바레>까지 병행하고 있는 최민철,
<아이다>를 끝내고 곧바로 투입된 옥주현,
솔직히 어째 좀 불안한 건 사실이다.
캐스팅만으로도 노곤함과 피로가 느껴져서...
아무래도 우리나라 공연은 너무 한정된 몇 명의 배우들에에 의해서만 끌려가는 것 같다.
이렇게 기우뚱거리다 자초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류정한은 역시나 여우같이 무대를 완벽하게 장악했고
3층이라는 가공할만한 거리에서 봤음에도 그의 연기는 매순간 빛을 발하고 힘이 느껴지더라.
컨디션이 좋지 않을때조차도 배우 류정한은 음을 낮춰부르지 않는다.
지붕을 날려버린다는 지옥송은 역시 그날도 끝장이었다.
3층까지 쩡쩡 울린 정도의 성량이며,
분노와 복수의 거칠고 광폭한 절규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감정몰입도 이제는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
3층에서는 전혀 볼래야 볼수도 없었겠지만
2막 후반부에서 회한과 후회가 가득한 넘버를 부르면서 눈물까지 흘렸다는 후문이다.
불혹의 나이에 과한(?) 액션까지 소화하느라 몸은 골병이 들었겠지만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류정한은 아직까지도 이팔청춘이 울고갈 정도다.
우려했던 옥주현의 컨디션은 역시나 난조다.
그녀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는 피곤함이 묻어났고 무엇보다 성량이 딸린다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2막부터는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 같긴 했지만
원캐스팅의 <아이다> 이후 바로 메르세데스로 무대에 오른 건 아무래도 무리였지 싶다.
충분한 휴식은 커녕 충분하지 않은 휴식조차도 없었던 것 같다.
거기다가 매일매일 라디오 진행까지...
(새로운 다이어트 프로그램인가? 확실히 이렇게 하면 몸은 남아나길 않겠다)
최민철, 조순창, 장대웅 트리오는 기대했던 것처럼 멋진 조합을 보여줬다.
조순창은 앞으로도 많이 기대가 되는 배우다.
아직까지는 과지모도를 제외하고는 딱이다 싶은 배역을 못했고
비중도 주조연급에만 한정되고 있는 것 같아 좀 안스럽다.
루이자 한지연이야 뭐 역시 멋진 여장부였고... ^^
 


아베 파리아와 단테스의 감옥 장면은 작년보다 코믹요소가 더 강해졌다..
(갑바라느니... 1번이라느... 선배라느니...)
요즘 공연의 추세가 그렇다지만
그러다보니 아베 파리아의 죽음이 너무 밋밋하고 중요성이 떨어져버리는 단점이 있다.
조원희 아베 파리아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된다.
균형을 잡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고...
전동석 알버트는
철없는 부잣집 아드님이라고 해고 과장이 너무 심하고 과하게 up된 상태다.
(좋기도 하겠지, <천국의 눈물>의 준에 이어 <모차르트>의 주인공까지 됐으니...)
한예종 성악과 출신답게 노래를 잘하긴 하는데
매번 느끼는 거지만 감정을 담아서 연기하는 건 아직 미숙한 것 같다.
어린 나이니까 앞으로도 더 달라지겠지만
솔직히 너무 일찍 주연을 맡아서 그게 오히려 배우로서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캐리어나 경험이 축적되면서 나오는 깊이라는게 생길 기회가 없을까봐 좀 걱정스럽다.

역시나 <몬테크리스토>의 넘버들은 좋다.
무대 스크린도 작년에 비하면 더 신경을 많이 쓴 것 같고
유니버설아트센터처럼 무대 소음이 크지 않은 건 정말 다행이다.
충무아트홀의 음향에 대해 말들이 많긴 하지만
개인적으론 공연장 자체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오케스트라와 공연의 음향 담당자의 역량 탓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지방공연이 남이있긴 하지만 당분간 류정한의 무대를 보는 건 이걸도 잠시 중단이다.
영화 <기적> 촬영 무사히 마친 후
더 멋진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돌아와 줄 것을 기대하며
이제 잠시 나도 배우 류정한을 놓아 보련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