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8. 27. 08:07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이지나 연출의 창작 뮤지컬 <더 데빌>.

워낙 괴테의 <파우스트>를 좋아해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뮤지컬로 만들어지길 바랬는데 드디어 바람이 이뤄졌다.

그것도 아주 프로그레시브한 락뮤지컬이란다!

게다가 공개된 캐스팅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후덜덜한 배우들의 총집합이다.

캐스팅보고 확신했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강강강강(强强强强)이 될 거라는걸.

더불어 호불호 또한 아주 극명하게 갈리겠구나...까지!

사실 조금 로딩이 된 후에 관람할 예정이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예매를 해버렸다.

그것도 내가 요즘 살짝 피하고 있는 한지상 X로...

다행인건 공개된 음원에서 한지상이 부른 "피와 살"이 꽤 괜찮았다.

그래서 기대감이 조금씩 생기는 참이었다.

 

이 작품의 제일 큰 매력은 단연코 음악이다. 

woody pak과 이지혜가 만든 곡들은 정말이지 단 한 곡도 버릴 곡들이 없다.

묵시론적인 이지나의 가사도 괜찮고.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의 소리를 코러스화 시켜버리는 밴드의 볼륨이 문제긴한데

내 생각엔 이지나 연출이 라이브밴드의 볼륨을 줄이는 양보 따윈 안 할 것 같다.

사실 그 과함이 그로데스크하면서 세기말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

게다가 배우들의 넘버 소화력은 환상적이다.

한곡 한곡을 그야말로 죽자고 부른다.

솔직히 주눅이 절로 들 정도다.

우려했던 한지상도 나쁘지 않았는데"Big time"에서 과하게 그루브를 타는 바람에 좀...

사실 나는 좀 다크하고 차가운 X이길 바랬는데 그렇게 리듬을 타버리니 경망스러움이 느껴지더라.

"피와 살"은 독립투사의 결의가 느껴지고...

 

이날 관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존파우스트역의 윤형렬.

노래가 아주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외모도, 연기도, 느낌도 배역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더 데빌>에서 자칭 타칭 고생담당 이라는 그레첸 차지연.

차지연이라는 배우.

참 대단하고, 너무 열심히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배우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건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이긴한데

나는 이상하게 차지연 특유의 뽕끼가 영 적응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첸을 차지연만큼 표현할 배우가 없다는건

인정할 수밖에는 없겠다.

"Mad Gretchen"의 그 긁어내던 발성은 지금 생각해도 참 후덜덜하다.

 

첫관람 후 이 작품에 대한 내 선호도는 결정됐다.

확실한 호(好)!

물론 과한 부분들이 많다는건 인정한다.

배우들의 소리까지 잡아먹는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어마무지한 연주도 그렇고

코러스의 정체불명의 안무는 확실히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

4인조 코러스 자체는 아주 좋다.

게다가 4명이 다 특색있는 음색이라 작품과 잘 어울린다.

스토리 자체는 난해하다는 평이 있긴하데 별로 그렇진 않고

단지 그걸 표현한 방식이 아주 살짝 불친절하고 극단적이란 느낌은 있다.

넘버도, 스토리도 시종일관 강강강강(强强强强)의 연속이다보니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는 평가는,

"파우스트"가 모티브인데 그 정도 종교색도 없으면... 글쎄 그거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난 오히려 조금 더 성서적이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중간중간 나오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도 그래서 더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하더라.

(그레고리안 성가도 생각나고, 카스트라토도 생각나고...)

 

이지나 연출의 작품이 나랑 잘 안맞는 편이라

관람하기 전에 사실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낌이 좋아서 다행이다.

위험한 발언이긴한데,

캐스팅별로 여러번 챙겨보게 될 것 같다.

 

The Deveil 이라니...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유혹적인 작품 아닌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