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7. 12. 08:29

<Tomorrow Morning>

장소 : KT&G 상상아트홀

기간 : 2013.06.01. ~ 2013.09.01.

대본, 음악, 가사 : 로렌스 마크 와이트

연출 : 이성원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박상면, 박선우, 이석준 (잭) / 최나래, 이혜경 (캐서린)

        송용진, 정상윤, 이창용 (존) / 임강희, 김슬기 (캣)

 

솔직히 말하면 별 기대 없이 선택했다.

주말에 아무것도 안 보고 넘어가는게 어딘지 좀 나답지 않아서(?) 인팍에 40% 할인이 있길래 급하게 예매해서 했었다.

로코는 내 취향도 아니라 워낙에 관람예정작에 포함되지 않았던 작품이다.

게다가 공연장도 강남이란다.

망설였지만 그래도 이석준과 정상윤 두 배우를 믿기로 했다.

(두 사람이 나오면, 솔직히 여자 배우는 누가 나오든 상관이 없었다.)

그런 작품들이 있다.

아무 기대없이 공연장에 갔는데 의외로 재미와 감동을 받게 되는 경우.

오래전 <총각네 야채가게>가 그랬고,

<식구를 찾아서>가 그랬고 <콩칠팔새삼륙>이 그랬다.

(연극은 훨씬 더 많지만...)

아무래도 이들 작품군(郡)에 <Tomorrow morning>도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

솔직히 스토리나 내용은 충분히 예상가능했다.

무대 위에 두 커플이 나오지 사실 이들은 한 커플이라는 것도.

그런데 이 뻔한 이야기가 나는 왜 그렇게 재미있고 유쾌했을까?

아무래도 배우의 힘이 컸지 싶다.

일등공신은 역시나 이석준, 그 다음은 정상윤.

이 두 사람은 왠만해선 믿음을 저버리는 않는다. 

(이들이 나를 배신할 일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특히 잭 이석준은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혹시 이게 정말 이석준의 모습은 아닐가 생각될 정도다.

작품과 배역에 너무나 편안하게 녹아들어있다.

배역과 배우 사이에 충돌과 거리감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에 대한 깊이와 배역에 대한 이해를 부른다.

이석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무대에서 나이를 먹는다는 건, 참 멋진 일이구나!"

아주 솔직히 말하자. 

작품 속에서 패션잡지 편집장 캐서린 역의 최나래는 어느 면에서 생각해도 커리어우먼의 이미지는 아니다.

(그동안 그녀가 상당히 아줌마스런 역을 많이 해와서 선입견에 생겻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그런데 이석준이 정말 너무나 잘 서포트를 해주더라.

이석준은 자신의 연기를 통해 상대역 최나래까지도 실감나게 끌어냈다.

멋지다, 이석준! 

 

<쓰릴미>와 이 작품을 함께 병행하고 있는 정상윤 역시도 발군의 실력이다.

혹여 <쓰릴미>의 "나"가 보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전혀 다른 인물을 보여줬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매력적이다.

아직 30대 초반인 정상윤이 40대가 되면 어떤 존재감을 주는 배우가 될까?

참 많이 기다려지고 기다려볼만 하다.

김슬기 배우.

TV를 잘 안봐서 tvN "SNL 코리아"라는 프로가 뭔지도

거기에 출연하는 김슬기가 누군지도 전혀 모르지만

어쨌든 뮤지컬 첫데뷔라는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다.

딕션도 괜찮고, 목소리 톤, 연기도 좋다.

솔로곡들은 잘 소화하는 것 같았는데 역시나 다른 배우들과 섞이면 발란스 조정이 약하다.

그래선지 "The secret tango"는 초반부는 아주 신선하면서 재미있었는데

네 명이 함께 부르는 부분에서 안타깝게도 중구난방으로 변해서 그야말로 깜놀했다.

그래도 뭐, 가능성은 확실해보인다.

오랫만에 당찬 여배우의 데뷔 무대를 목격한 것 같아 맘이 훈훈하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미친 성대를 지닌 배우보다는

무대와 배역에 편안한 배들에게 끌리게 된다.

이석준처럼!

그 편안함 속에서 잭이라는 인물은 또 얼마나 성실하고 세밀하게 표현하던지...

잭 = 이석준

마치 불변의 법칙처럼 각인됐다.

<Tomarrow Morning>

큰 기대없이 봤던 이 작품이 내게 특별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이석준 때문이다.

작품자체보다 배우 이석준이 남긴 감동이 훨씬 더 크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잔상이 남을 것 같다.

이석준의 잭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