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6. 3. 08:33

가우디 투어.

그룹투어를 워낙 싫어해서 정말 고민을 많이 했는데 결국 유로자전가나라를 선택했다.

바르셀로나 곳곳에 흩어진 가우디의 작품을 길치인 내가 찾아다닌다는건 자폭에 가깝다.

게다가 동생과 조카를 데리고...

(그건 정말이지 쓰나미급 재앙에 해당된다!)

유로자전거나라의 가우디투어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투어고,

다른 하나는 전용버스로 이동하는 투어다.

내가 선택한건 후자.

이유는 전용버스 투어에 "디비다보"가 포함되어 있어서였다.

가보고 싶었던 곳인데 교통편이 애매해서 고민하고 있었는데

유로자전거나라 덕분에 아주 깔끔하게 해결됐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 구엘이 평소 동경하던 영국풍의 전원 도시를 모델로 만들었다.

원래는 스페인 부유층에게 분양할 계획이었으나 당시 이곳의 입지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외면을 당했단다.

총 60여 채를 짓을 계획이었으나 구엘의 죽음으로 지금난에 빠져들어 공사는 중단이 됐다.

그때까지 분양이 확정된 건물은 고작 3 채 뿐이었고

그것도 구엘과 가우디, 그리고 구엘의 변호사가 전부였다.

그러니까 실제 분양율은 제로!

덕분에 지금 바르셀로나는 동화의 나라에 나옴직한 멋진 공원 하나로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당시에는이곳은  여러 사람 피말리게 하는 장소였다.

가우디가 디자인한 기다란 타일 벤치에 앉아 있는 기분은...

동화의 세계를 한층 더 비현실로 느끼게 만들더라.

투어만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제대로 자리잡고 앉아 책을 읽었을텐데...

과자의 집(?) 한 채는 보수 중이었지만 다른 한 곳은 한귀퉁이를 뜯어 입에 넣고 싶어질만큼 맛있게 생겼더라.

아마도 가우디의 머릿속엔

신앙, 자연, 동심... 이렇게 세가지 뿐이었나보다.

 

 

자연환경을 다치지 않게 만든 가우디의 건축물은

사진이나 다큐로 봤을 때보다 실제로 내 두 눈으로 보는게 훨씬 더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예전에 나는 모자이크 기법을 쓰는 예술가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한번에 스~~윽 그어도 되는 선을

왜 일일히 점을 찍어 선 하나를 만드는지 그 수고스러움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하나 하나의 점을 찍고, 조각의 작은 빈틈을 찾아 맞춰내는 과정 자체가 예술이라 걸.

그건 하나의 인내고, 고통이고, 경계를 넘어서는 무엇이다.

가우디는 엄청나게 소요되는 타일을 확보하기 위해

인부들에게 따로 부탁을 했다.

공사장으로 올 때 거리에 버려진 유리병이, 커피잔 같은 것들을 모아 오라고...

인부들이 빈 손으로 출근하면 화를 내기도 했다고...

인부들 입장에서 보면 가우디는 친절한 사람은 결코  아니었겠다.

미쳐야 미친다던데...

그런 의미에서 가우디는 광인(狂人)이 분명하다.

 

 

 

구엘공원의 타일 도마뱀 분수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는건 참 무모한 일이다.

내 사진이지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더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도마뱀 분수

애당초 인증사진을 찍는 의욕 따윈 없는 사람이지만

조카녀석 사진 한 장 건지느라 진을 다 뺐다.

비수기가 이 정도인데 성수기엔 사진을 찍으면 모르는 사림과 자연스럽게 단체사진이 되버리겠다.

꽃보다 할배 영향도 있겠지만

둘러보는 모든 곳이 다 한국인이라 여기가 스페인이 맞나 싶더라.

워낙 사진 찍을 때 사람을 피해 좀 기다렸다가 찍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아주 깨끗하게 포기했다.

그야말로 관광객 모드로 셔터를 눌렀다.

그래도 가우디의 타일 재활용은 역시나 아름답다.

타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와인병도 보이고, 찻잔받침도 보이고, 찻잔 손잡이도 보이고. 도자기 인형도 보인다.

가우디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이젠 전 세계적인 위인이 됐고

스페인 당국은 그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해 준비중이란다.

죽은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먹여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 그럴만도 하겠다

문득 서울은 뭐가 먹여 살리나를 찬찬히 생각해봤다.


바르셀로나가...

진심으로 부럽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