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6. 2. 08:47

오후 12시 40분그라나다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2시 5분에 바르셀로나(Barcelona) 도착했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던져놓고 로비에 있는 관광지도 한 장을 들고 길을 나섰다.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이곳을 눈으로 직접 보는 날이 내게더 올까 싶었는데

거짓말처럼 여기에 내가 와 있다는게 신비롭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바르셀로나 대성당.

솔직히 고백하면,

원래 이곳을 목적으로 숙소를 나섰던건 아니다.

구획된 길을 따라 이리저리 걷다가 어느 순간 눈 앞에 대성당이 나타났다.

생각지도 못한 느닷없는 대면은 나를 잠깐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1298년 착공해서 150년 만인 1448년 완공된 대성당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명실상부한 바르셀로나의 중심이다.

정면의 파사드가 다른 곳과는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찾아봤더니

이것만 19세기에 개축했단다.

정확한건 아니지만 파사드 정중앙에는 예수님 조각상이 있고

그 좌우로 12명의 제자들이 나열해있다.

그 앞 광장에 학생들이 모여앉아 스케치를 하고 있었는데

살짝 들여다본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역시 가우디의 후예들이구나.... 싶더라.

 

 

스페인의 대성당 중 내게 가장 큰 뭉클함을 안겨운 대성당이 바로 이곳이다.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느꼈던 평온함은...

종교 그 이상의 거룩함이었다.

무언가에 둘러싸여 온전히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그래, 그건 일종의 "아우라"였다.

이번 일정에는 몬세라트에 가지 못해 많이 아쉬웠는데

이곳에 몬세라트 대성당의 검은 마리아상 복제품이 있어 아쉽움을 달랠 수 있었던 것도 축복이다.

성당 주제단 한가운데 있는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더니

바르셀로나 수호성녀 에우랄리의 순교 장면을 조각한 대리석이 모셔져 있었다.

조카녀석이 조각을 보고 한 마디 한다.

"이모, 저 여자분 너무 무섭고 너무 아팠겠다..."

그래.. 그랬겠다.

그렇게 조각가 바톨로메 오르도네스는 조카의 마음을 건드렸다.

세기와 세기는 이렇게 교차된다.

 

성당에서 오래 머뭇거리다 난생 처음 미사에 참석했다.

스페인어로 진행되는 미사 자체도 난감했지만

더 난감했던건 어쩌다보니 맨 앞 줄에 앉게 됐다는거!

하지만 카톨릭 특유의 경건함은 나를 조금씩 고요하고 엄숙하게 만들었다.

여행의 들뜸이 가라앉는 느낌.

덕분에 나는 조금 단정해졌다.

 

성당 맞은편 건물의 그림은 피카소의 작품으로

"사르다나를 추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일요일 정오가 되면 대성당 광장에 사람들이 모여서

카탈루나 민속춤인 "사르다나"를 춘단다.

이번 여행에서 꼭 보고 싶었던 모습 중 하나였는데

야간열차 일정이 틀어지는 바람에 아쉽게도 놓쳐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이제 고작 바르셀로나에 도착했을 뿐이니까...

내일은 가우디를 만나는 날이다.

가우디가 내게 어떤 문을 열어줄지 그게 또 신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