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6. 5. 08:23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서쪽 수난의 파사드.

이곳엔 예루살렘 성에서부터 십자가에 매달리는 예수의 수난사가 조각되어 있다.

가우디는 생전에  탄생의 파사드만 완성했지만

사후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쪽지에 수난의 파사드에 대한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었단다.

그래서 그 쪽지대로 조각가 조셉 마리아 수비라치가 1976년 수난의 파사드 조각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평소 가우디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라고 말했었고

그걸 증명하듯 그의 건축물에는 유려한 곡선의 미가 아름답게 펼쳐졌었다.

하지만 수비라치의 조각들은...

그것과는 정확히 반대로 툭툭 잘려진 직선이 주를 이룬다.

십자가는 공사장에서 사용하는 H빔 철근을 그대로 사용했고

심지어 예수님의 하반신은 맨살이 그대로 노출시켰다.

처음 수난의 파사드가 공개됐을때

신성모독이라며 수비라치를 엄청나게 비난했다는데 그럴만도 했겠다 싶다.

(너무나 패기 만만한 수비라치...)

 

 

수난의 파사드는 왼쪽 아래부터 거꾸로 S자 모양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아쉽게도 오른편에 있는 조각들은 보수중이라 가림막에 가려져 현재는 볼 수가 없다.

예수를 처형하라는 말에 고민하는 빌라도 총독과

첫 닭이 울 때까지 예수를 세 번 부인하는 베드로 조각이 가려져 있는데

가이드가 준비한 자료를 보는 걸로 아쉬움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파사드 중앙 기둥에는 채찍질을 당하는 예수님이 조각되어 있고,

기둥 뒤에는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의 성경 구절이,

기둥 바로 위에는 처음과 끝을 뜻하는 알파와 오페가가 새겨져 있다.

4대 복음서를 쓴 제자들을 옥수수탑 하단에 모셔놓은것까지는 참 좋았은데

반복적인 sanctus, sanctus, sanctus는 어딘지 이물스럽게 느껴졌다.

글자색이 지금보다 덜 노골적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조각은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 제자들과의 최후의 만찬을 시작으로

하늘로 승천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황금빛 예수님 형상은 높은 곳에 올려져있어 작아 보이지만 실제 크기는 5m에 달한다.

심지어 머리 하나 길이가 왠만한 성인 키와 비슷하단다.

조각을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상징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 의미를 생각하면서 보면 수난의 파사드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에는 안보이지만 최후의 만찬 조각에는 유다의 발밑에 충성을 상징하는 개가 한 마리 있는데

아마도 예수를 배신을 한 유다를 향한 일종의 조롱이 아니었나 싶다.

유다가 예수님에게 입맞춤하는 조각에는 두 개의 상징이 있는데

유다의 발밑에 사탄을 상징하는 뱀과

예수님 옆에 있는 4x4 마방진이다.

마방진의 숫자는 가로, 세로, 대각선 어느 쪽으로 더하든 33이라는 숫자가 나오는데

33은 예수님이 돌아가실 때의 나이를 뜻한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의 조각에는

예수님의 오른쪽 발밑에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 조각이.

위에는 부활을 상징하는 달이 조각되어 있다.

이 조각 바로 아래는 십자가를 들고 골고다 언덕에 올라가는 모습인데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준 베로니카 성녀가 베일을 들고 있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상징이 있는데,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 조각에서 보이지 않던 얼굴이

바로 여기 베로니카의 손에 들린 베일을 통해 보여진다.

베로니카 성녀 왼쪽 옆에는 투구를 쓴 로마병사가,

그 옆에는 가우디의 옆모습을 그대로 조각해서 넣었다.

(아마도 가우디를 향한 수비라치의 헌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왼쪽 상단에는 죽은 예수의 옷을 누가 가질 것인지 내기하는 3명의 로마 병사가,

그 밑에는 예수가 정말 죽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창으로 찔러보기 위해 다가가는 병사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나머지 오른쪽 조각들은 보수 중...

(못 본 오른편 조각들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날이 과연 다시 올까...?)

 

 

하지만...

이 모든 상징들은 성당 앞에 서는 순간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해 말을 한다는게 비루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런 건축물이...

가능한거구나!

 

정말 모르겠다.

사람의 생각이 무서운건지,

사람의 손이 무서운건지.

 

아니면 가우디가 무서운건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