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0. 16. 08:38

라파엘로의 방으로 가다보면

지금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바티칸의 안뜰이 보인다.

이곳이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찍었단다.

(몇 편인지는 잘 모르겠고...)

이곳에 바티칸의 소방소와 경찰소가 있는데

재미있는건 한 번도 불이 난 적도 없고, 범죄 자체도 없어서 실제적으로 일 없단다.

가장 큰 일은 콘클라베(Conclave)라는 교황선거때 굴뚝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정도.

 

 

가이드 말에 의하면

이곳 사람들에게 바티칸시국은 꿈의 직장이란다.

주 4일 근무에,

오후 3시면 퇴근이고,

무엇보다 직계가족에게 직업승계가 가능하다니 그야말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곳이라면 빈자리가 생길 확률은,

성경구절처럼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힘들겠다.

 

 

라파엘로는 1473년에 태어나 1520년 사망했다.

고작 37년을 살았을 뿐인데 르네상스 3대 화가의 반열에 올랐으니

그의 재능 역시 하늘이 내린게 아닌가 싶다.

바티칸 시국 입구에도 거장 미켈란젤로와 함께 당당하게 조각되어 있는 라파엘로.

두 사람은 당대에도 세인들에 의해 비교가 많이 됐단다.

추남에 성격도 괴팍하고 비사교적인 미켈란젤로에 비해

라파엘로는 집안도, 성격도 좋았고 결정적으로 외모까지 훈훈했단다.

(르네상스의 엄친아라고 ^^)

그래도 신은 공평한것이,

엄친아 라파엘로에게는 37년이라는 짧은 삶을,

외골수 미켈란젤로에게는 89세라는 놀라운 장수(長壽)의 은총을 내리셨다.

어쨌든 이 두 거장이 아니었다면 비티칸시국도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지는 못했으리라.

 

라파엘로의 방은 모두 4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은 콘스탄티누스의 방, 엘리오도로의 방, 서명의 방, 보르고 화재의 방이다.

라파엘로에게 처음 맡겨진 방은 서명의 방으로 그때 나이가 고작 20살이었단다.

반신반의했던 교황은 완성된 방을 보고는 아주 만족스러워

나머지 방들까지 전부 라파엘로에게 맡겨버린다

서명의 방 - 엘리오도르의 방 - 보르고 화재의방 - 콘스탄티누스의 방

하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방을 만들던 중 사망하게 되고

나머지는 라파엘로의 제자들에 의해 완성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라파엘로 최고의 역작 "아테네 학당".

이 작품 속에는 우리가 잘 아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가 수학자들이 등장한다.

한가운데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은 오른손을 들어 이데아를 상징하는 하늘을 가리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을 상징하는 땅을 가르키고 있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플라톤의 얼굴이 왠지 익숙하게 느껴진다.

라페엘로 이곳에 자신이 존경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멋진 헌사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 앞에는 나폴레옹에게 햇빛을 가리지 말고 비켜달라고 말한 철학자 "디오케네스"가 앉아있다.

그리고 오른쪽 구석진 곳에는 살짝 자신의 얼굴을 그려놓는 기염까지 ^^

 

라파엘로의 방을 제대로 보려면 일주일의 시간도 턱없이 부족하겠다.

천장과 벽면 모두에 빈틈없이 그려진 프레스코화는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경외감이 생긴다.

세월을 거스르는 색감의 선명도와

인물들의 섬세한 표정과 시선,

미세한 움직임에서도 선명한 역동감이 전달된다.

그림 전체에서 무차별적으로 퍼부어대는 엄청난 아우라의 폭격은

감당하기 힘들더라.

어이없게도 나는 이 그림들 앞에서 자주 휘청댔다.

 

솔직히 말하면,

라파엘로의 천재성에 등골이 서늘했다.

라파엘로는...

미쳤다! 확실히.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