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0. 8. 08:14

벨베데레의 정원(Cortile del Belvedere)은

교황 안토켄티우스 8세를 위해 지은 별장의 안뜰로 "팔각형의 안뜰"이라고도 불린다.

그리고 바로 이곳이 바티칸의 유명한 조각상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제일 먼저 만난 조각상은,

헬레니즘 시대 최고의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라오콘 군상"

이 조각상에는 몇 가지 일화가 담겨 있다.

1506년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 근처 포도밭에서 밭을 갈던 농부에 의해 고대 로마의 목욕탕 유적을 발견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이 조각상도 함께 출토됐다.

그 당시 교황이었던 율리우스 2세는 포도밭 주인에게 이 조각상을 사들여 팔각 정원에 전시하게 되는데

이게 바티칸 박물관의 기원이 됐다고! 

 

 

처음 이 조각상이 발견됐을 당시에는 오른쪽 팔이 짤려나간 상태였는데

팔의 모양을 두고 학자들간의 의견이 분분했었단다.

미켈란젤로는 가슴과 배의 근육 모양으로 봤을 때

오른쪽 팔이 굽어져 있다고 주장했는데

결국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하늘을 향해 팔을 펼친 모습으로 복원이 된다.

시간이 흘러 400년이 지난 1957년,

한 석공의 작업장에서 잘려진 라오콘의 오른팔이 발견됐는데

놀랍게도 미켈란젤로의 주장 그대로 팔이 굽어져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재복원에 들어가 지금의 모습으로 공개됐다.

이 일화를 듣는데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에 등골이 오싹해지더라.

 

 

인체의 완벽한 비율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는 "아폴론".

이 조각상은 1489년 안티오에 있던 네로 황제의 별장에서 발견된 2세기 중엽의 조각상이다.

아폴로가 활을 쏜 직후 날아가는 화살을 응시하는 모습으로

잘려진 왼손에는 활을 들고 있다.

전세계 수많은 작가에 의해 가장 많은 모작으로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하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뒷태가 예술이라는데 막혀 있어 볼 수는 없었다.

(360도 돌아가면서 관람할 수 있는 동선이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티그리스 강의 신"은,

티그리스 유르라테스 강의 기원을 상징하는 물의 신으로

처음 발견됐을 당시에는 머리, 오른팔, 왼쪽 손 등 여러 부분이 잘려 나간 상태였단다.

잘려진 조각상을 지금과 같은 상태로 완벽하게 복원한 사람은,

다름 아닌 천재 미켈란젤로.

이쯤 되면 미켈란젤로를 신의 한 수라고 불러도 무방하겠다.

 

 

동물의 조각상이 가득한 동물의 방(Sala degli Animali)을 지나 뮤즈 여신의 방으로 향한다.

거기 한 가운데 또 다시 시선을 끄는 위대한 조각상이 유리보호막 안에 자리하고 있다.

"토르소"

작자 미상인 이 조각상은 대략 BC 1세기 작품으로 추정되는데

미켈란젤로라 카라큘라 목욕장에서 발굴했다.

위대한 천재 미켈란젤로가 없었다면 도대체 어땠을까....???

이 예술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을 있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미켈란젤로는 인체를 해부학적으로 완벽하게 표현한 토르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단다.

이후 시스타나 성당의 프레스코화 "최후의 심판"을 그릴 때

성 바르톨로메오의 몸에 이 작품의 구도를 이용하기까지 했다.

우리가 잘 아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도 역시 이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단다.

심지어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의 복원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감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완벽한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안목에 겸손함까지... 미켈란젤로 승!)

조각상 중간 중간에 뚫려 있는 구멍은 건물과 연결시켰던 흔적들이란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며칠 뒤면 이 작품이 다른 나라로 긴 전시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라.

그리고 외국으로 전시될 경우 그 전에 보수와 점검을 먼저 해놔야 해서 일반인에게 공개가 안된단다.

다행히 얼마전에 복원이 끝나 잠깐 공개하게 됐다며

우리에게 행운이라고 하더라.

 

"Fortune"

확실히 그랬다.

이번 여행은 키워드는 "행운"이었다.

그래서 그 행운이 끝나가는 지금,

나는 좀 견디기 힘든 상태가 되버렷다.

아무래도 또 다시 행운을 꿈꿔야 할까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