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10. 6. 08:18

이곳은 이탈리아 여행에서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곳.

국토면적 0.44 제곱킬로미터.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이자 동시에 가장 영향력있는 나라 바티칸(Vatican) 시국.

일반적으로 이곳은 단체 투어를 많이 하는데

우리가 "유로 자전거나라" 현지 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 말에 의하면 극성수기에는 입구에서만 4시간 넘게 대기한다는데

우리는 다행히 30여분만에 입장할 수 있었다.

(유럽 비수기 시즌이라는 특권은 이번 여행을 아주 풍요롭고 여유롭게 만들었다.)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의 조각상이 새겨진 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출입국 심사대가 나왔다.

바티칸은 엄연한 독립국가이니 출입국 심사를 하는건 당연한 일.

하지만 통상적인 출입국 심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주 간단하다.

하지만 출입국 심사까지 끝나고 주세페 모모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니 실감이 되더라.

내가 드디어 바티칸에 입성했다는게!

 

 

바티칸은 바티칸 시국, 산 피에트로 대성당, 산 피에트로 광장 세 부분으로 나뉘고

우리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박물관에 해당하는 바티칸 시국.

그동안 책으로만 보고 상상했던 그림과 조각들을

이제 눈 앞에서 실제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렸다.

박물관 내에서는 설명이 불가한 곳이 많아서

오리엔테이션 개념으로 1시간 가량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한 시간 이라고 해서 지루할까봐 걱정했는데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두 천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관람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본격적인 관람을 하기 전 잠깐 휴식을 취했던 정원.

산피에트로 대성당의 쿠폴라가 손에 잡힐듯 가깝다.

새파란 하늘과 초록의 잔디

그리고 눈부신 햇살.

모든 것이 꿈처럼 완벽했다.

심지어 삼삼오오 모여있는 사람들까지도.

 

 

솔방울 정원으로 불리는 피냐 정원(cortile della Pigna)

4m가 넘는 거대한 솔방울을 이곳에 만들어 놓은 이유는

사람들이 교황청을 방문할 때 이 앞에서 자신의 죄를 씻고 정화하라는 의미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의미보다는 인증샷을 찍는 장소가 되버린것 같다.

정원 한복판에는 설치된 황금빛의 거대한 원형 조형물은

그 유명한 아르날도 포모도로의 "천체 안의 천체(Sfera con Sfera)"다.

이곳 역시도 인증샷 장소

하지만 나는 가까이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달리 좀 멀리 떨어져서 두 조형물을 바라봤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난 이 두 조형물이 어딘지 바티칸과는 어울리지 않더라. 

뒤에 있는 건물들의 아우라를 막아서고 있는 느낌.

피냐 정원의 첫인상은 내겐 그랬다.

의미가 담겼다고 꼭 가슴에 담기는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도

결국은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아니면

정죄 받을 것이 많은 인간의 완강한 회피였는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