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4. 23. 07:48

메수아르 정원을 지나 들어선 곳은

나스르 궁전의 핵심 코마레스궁(Palacios Comares).

궁전 북쪽 주량 현관은 반원형 아치와 가느다란 열주들이 도열해 있고

가운데 긴 연못 주변엔 "천국의 꽃"이라고 불리는 아랴야네스 나무가 심어져 있다.

그래서 정원 이름도 아라야네스 파티오(Patio de los Arrayanes)

이 나무가 향수, 로션, 약용으로 쓰이는 허브라는 말에.

지나가면서 손으로 잎을 문질러 향을 맡아봤는데 내 코엔 흔한 허브향 ^^

아라야네스 정원은 물, 대기, 식물을 모티브로 만든 전형적인 그라나다식 정원이란다.

이곳이 알함브라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고

인도의 타지마할에 영감을 준 곳이기도 하다. 

눈 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데깔코마니.

물을 경계로 위 아래 두 개의 건축물이 내 눈을 훔친다.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통틀이 이들만큼 물을 잘 이용한 민족이 과연 또 있을까?

물에 비친 잠영(潛影)이 너무나 황홀해 넋을 놓고 머물렀던 곳.

성수기에는 사람 머리로 빽빽해서 사진찍는게 불가능할 정도라는데

지금은 2춸이라 그나마 관광객이 적은 편이란다.

사람 한 명 없이 혼자서 이 풍경을 바라보는 방법은

정녕 엽서를 앞에 놓고 보는 것밖에는 없는 모양이다.

 

 

코마레스탑 안쪽은 모카라베스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종유석으로 장식된 대사의 방(Salon de Embajadores)이 있다.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가득한 금빛 천장은

"알라"를 상징하는 기하학 무늬로 수천개의 나무 조각을 하나하나 짜맞춘 것이란다.

방에 들어섰더니 극강의 아름다움에 숨이 저절로 멈춰졌다.

그건 가히 폭력에 가까운 탐미(貪美)였다.

황홀경을 선사하는 이곳은

이슬람의 마지막 왕 보압딜이 카톨릭왕에게 그라나다를 넘겨준 치욕의 장소이기도 하다.

과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데

아름다움은 결국은 결국 그렇게 종말을  맞았다.

 

그러나 나는 황금빛 천정 아래에서,

신의 위대함을, 종교의 절대성을 뼛속까지 실감했다.

그리고 이 위대한 경이를 만든 사람들을 장인정신 그 너머에 있는 존재들이라 부르기로 했다.

그들에겐 이슬람 왕조의 멸망 조차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으리라.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신과 함께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신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살아있다.

지금 이 시간까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