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6. 11. 09:15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

이곳은...

그 어떤 말도 필요 없다.

하늘을 향해 끝없이 펼쳐진 아름다운 숲이고

땅으로 떨어지는 찬란한 빛이다.

감동이라는 단어도,

경이라는 찬사도,

다 필요없다.

눈으로 보여지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이

그대로 진실이다.

 

 

주제단에 모셔져 있는  십자가 예수상을 올려보다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성당과 교회에서 봐왔던 예수님의 모습과 너무나 다른 모습.

그건 아주 평범하고 심지어 부랑아처럼 보이는 한 인간의 모습이었다.

가우디는...

이 예수상을 만들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 성당이 미사를 드릴 공간조차 없었던 빈민가의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성당이라면

예수님도 그들을 닮을 형상일 수밖에 없었을거란 생각.

가우디는 그걸 마음에 품지 않았을까?

 

 

 

천장 꼭대기에서 성령처럼 쏟아지는 빛을 보면서

세상의 모든 빛이 이곳으로 모여있구나... 생각했다.

찬란하다... 눈부시다...는 말로 이곳을 표현하는건 턱없는 짓이다.

나란 존재를 아무 것도 아닌게 만들어 버리는 빛

그러다 어느 순간에 나라는 인간이 세상의 유일한 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속죄도, 고백도, 구원도 이곳에서라면 모두 다 진심일 수 있겠다.

그 빛 앞에서는 카톨릭 신자이든 아니든 저절로 무릎이 꿇어질 수밖에 없겠다.

sanctus, sanctus, sanctus 

성당의 삼면(三面)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성가족(마리아, 요셉, 예수) 앞에서

나는 자꾸만 고개가 내려 앉았다.

내 죄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만 같아서...

 

 

2010년 11월 7일.

265대 로마 교황 베네틱토 16세 이곳에서 미사를 드렸다.

2013년 건강상의 이유로 종신제 교황직을 스스로 사임했던 베네틱토 16세.

이 분이 바람이 아니었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내부는 지금까지도 외부에 공개되지 못한채 내내 공사중이었을지도 모른다.

78세의 고령의 나이로 2005년 교황에 즉위한 그분이

왜 이곳에서의 미사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분은 이 밝은 빛 아래에서

시랑의 빛이, 긍휼의 빛이

온 세상에 퍼지길 기도하고 또 기도하지 않았을까?

그게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뜻이기도 했으니까.

 

 

사그라다 파밀라아 성당은

이 땅에 사람의 몸으로 온 예수님의 뜻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빛이 되어버린 성당 안에서

나는 인간의 기본에 대해 아주 오래 생각했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선

사랑과 긍휼,

그걸 잃지 않으면 된다고..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내게 답해줬다.

 

거룩하고 황송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