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6. 12. 09:47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 전시실은

성당의 내외부만큼이나,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그보다 더 인상적인 곳이었다.

성당이 태양빛같은 아우리가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나오는 것 같다면

지하 전시실은 부드럽게 감싸안고 곁을 스치가는 느낌이다.

마치 가우디의 숨결처럼...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성가족성당을 두 번 갔었고 그때마다 이 지하 전시실을 빼놓차 않고 찾았다.

두번재 방문은 아주 이른 아침.

오픈시간을 착각해서 성당 앞에서 30분을 기다려야만 했다.

기다림마조도 좋은지 조카녀석이 그러더라.

"이모, 우리 여기서 기다리다 1등으로 입장 하자!"

하지만 맞은편 공원 호수에서 물에 비친 성당을 보느라 정신이 팔려서

조카의 소망은 결국 잊혀지고 말았다.

스페인은 그렇더라.

한 눈 팔 곳이 지천이라 도무지 시간이라는게 가늠되지 않더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 전시실은.

성당이 지어지는 모든 과정과 완성체의 모습,

그리고 가우디가 이 세상에 바친 모든 영감과 그 부분들이 전시되어 있다.

한켠에서는 열심히 작업중인 분도 보이고...

그냥... 이 모든 것들이 한 사람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이곳이구나.

가우디가 일생을 바친 곳.

죽기 직전까지 그 다음 작업을 생각하느라 다가오는 전차를 피하지 못했던 건축가.

스페인은 그를 성인(聖人)으로 시성(諡聖)하기 위해 노력중이라 했던가!

카톨릭에서 성인으로 시성되기 위해서는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거나,

2가지 이상의 기적을 보여주어야만 한단다.

그렇다면 가우디는 이미 성인이 되고도 남지 않을까!

그의 기적은 성당이 완성된 후에도 결코 끝니자 않을테니까...

 

 

가우디의 장례식 모습과

예수님이 돌아가신 나이 33의 비밀이 담긴 마방진의 숫자 풀이,

시대별로 완성된 혹은 완성될 모습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그림까지 꼼꼼히 둘러보면서

마지막으로 가우디의 무덥 앞에 섰다.

창문 저 아래 촛불이 조용히 흔들린다. 

한참을 고요히 내려다 봤다.

할 수 있는건 그것 뿐이라서...

저 아래에 가우디가 누워 있구나! 

저기서 내내 이 성당을 받치고, 지키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또 다시 가슴이 먹먹해온다. 

 

그게 시작이었나보다.

다만 신비였던 가우디가

기적(奇跡)이 되버린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