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30. 09:10

산토리니의 이아(Oia)

이온음료 포카리스웨트 CF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한때 로망처럼 여겨졌던 곳.

나도 역시나 그랬다.

산토리니 여행을 준비하면서 이곳을 직접 본다는 생각을 하니 설랬다.

TV를 통해 본 Oia는 그 자체가 완벽한 파라다이스였으니까.

Fira에서 로컬버스를 타고 도착한 Oia의 첫인상은 "눈부심"이었다.

어쩐지 그곳에 서있기가 민망한 정도의 찬란함 앞에서 나는 잠깐 망설였던 것도 같다.

그 찬란함속을 더 찬란하고 발랄게 뛰어내려 좋아했던 조카녀석이 없었다면

나는 도로 차를 타고 Fira로 되돌아왔을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랬지.

햇빛 속에 서 있으면 저절로 살의(殺意)가 느껴진다고!

그럴 수도 있겠구나...

Oia의 햇빛 속에서 나는 그 뜻을 완벽히 이해하고 인정했다.

 

참 이상하지!

여행을 가면 모든 골목길을 기웃거리게 된다.

Oia가 좋았던건 기웃거릴 수 있는 골목들이 아주 많았다는 거.

작은 골목길 하나하나가 내겐 전부 다 하나의 세계다.

꿈 꿀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곳.

그림같은 풍경보다 나는 골목이 숨긴 풍격에 자꾸만 눈이 갔다.

그 곳엔 누군가에게 발갈되길 바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Oia를 그렇게 맘 속에 숨겨두고 싶었나보다.

 

정교회 센터 광장 종탑앞에 앉아 있는 햇빛을 올려다 보면서

Oia의 골목길을 서성이면서

나는 폭력같은 햇빛의 습격 속에서 밀려오는 "그리움" 때문에 손발이 저렸다.

그리움 없는 외로움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그건 그냥 지나게 버리는 허상일 뿐이다.

하지만,

외로움에 그리움이 쌓이기 시작하면...

그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온 몸을 뚫고 나간다.

제대로 관통당해 또 다시 너덜해지는 마음.

 

눈부신 건 햇빛 때문이 아니다.

관통당한 마음,

그것 때문이다.

 

Oia는 참 잔인한 햇빛을 품고 있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