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29. 08:33

산토리니에 머무는 동안 조카들에게 물놀이를 선물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숱한 beach 중에서 심사숙고 끝에 결정했던 Red Beach.

관광객들이 제일 많이 가는 곳이 Perissa와 Kamari beach라서 이곳을 갈까 하다가

Fira에서 가깝기도 하고 아담하고 소박한 beach라서 조카들과 놀기에 좋을 것 같아 이곳을 선택했다.

(그때까지는 정말 몰랐었다... 이게 개인적인 재앙이 될 줄을...)

Fira 버스 정류장에서 아크로티리(Akrotiri)행 버스를 타고 20여분을 달려 정류장에 내렸다.

이정표를 따라 10여분 걸어서 도착한 Red beach.

그런데 얼마전에 태풍이 지나갔는지 입구가 폐쇄되어 있었다.

비치 파라솔도 전혀 안 보이고...

산길을 따라 beach까지 내려갈 수는 있을 것 같고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그렇게 하던데

조카들 신발이 슬러퍼라 포기하기로 했다.

여기서 동생과 약간의(?) 의견 충돌이!

욱하는 마음에 혼자서 사진을 찍고 가겠노라 주장했다.

그게 비극의 시작이 될 줄은 꿈에도 모른채!

 

혼자 사진을 찍으면서 두어시간 머물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 아크로티라 유적지를 가려고 일어섰다.

입장료를 내려고 가방을 찾으니 아뿔싸!

지갑이 없는거다.

생각해보니 레드 비치 초입에서 조카들 음료수를 사주면서

동생 가방에 지갑을 넣었던 게 생각났다.

그러니까 내 수중에 단 1 Uro도 없다는 뜻이 되는 거다!

낯선 이국에서,

숙소와 한참 떨어진 곳에서,

달랑 혼자서,

그것도 완벽한 빈털털이가 된거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버스 정류장에서 동양인으로 보이는 여자분께 사정을 이야기했다.

"I'm lost my poket ! give me 2 Uro, Please!"

아무래도 남자에게 구걸(?)하면 오해의 여지가 있을것 같아서...

(그 와중에도 이런 생각을 한 걸 보니 아마 정신이 완전히 나간 건 아니었나보다.)

다행히 그 여자분께서 "Oh my God!"을 연발하며 지갑에서 2Uro를 흥쾌히 꺼내줬다.

"You save me! thank you so much, so~~ so~~~"

정말 수도 없이 so~~~so~~~를 연발하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Fira행 버스에 무사히 올라타니 그제서야 웃음도 나더라.

개인적으론 참 난감하고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사건이 그래도 개인적으로 제일 큰 기억이 된 것 같다.

레드비치에서 수상택시가 들어와서 "화이트비치"를 외치며 호객할 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만약 돈없이 수상택시를 탔었다면....

(상상하기도 싫다! 그때 망설였던 거 정말 잘한거다!. 다행이다!)

 

붉은 자갈과 모래로 가득했던 비치는 낯선 모습때문에 더 신비로웠다.

물도 깨끗하고 수심도 깊지 않아 쬐그만 꼬마들도 꽤 멀리까지 나가 수영하는 모습이 보기 좋더라.

더불에 1달 다니다 결국 깨끗하게 포기힌 수영 생각도 간절했고...

내겐 여전히 그렇다.

수영과 운전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내 기준에서 제일 미스터리한 건 이정표 보고 길 찾아가는 거랑 사람이 물에 뜨는 거!) 

비록 물 속에 발도 못 담그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혼자 레드 비치에 남았던건  잘한 일 같다.

멋진 (?) 구걸의 추억도 생기고!

 

싱거운 일탈과 위기 탈출로 끝난

나의 Red beach 표류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