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28. 08:16

산토리니에서 두번째로 높은 피르고스(Pyrgos) 언덕.

그 언덕 위에 세워진 13세기 비잔틴 성채를 둘러봤다.

피라(Fira)에서 페리샤(Perissa)행 로컬버스로 20분정도 걸리는 피르고스는

아주 한적하고 고적했다.

OIA나 Fira에 비하면 관광객들도 적어서  

골목골목을 통째로 차지하며 걸을 수 있었다.

게다가 정말 산토리니에 왔음을 실감케하던 눈부시게 하얀 건물과 파란 지붕들

그리고 찬란하다 못해 눈을 찌를듯 느닷없이 달려들던 햇빛들.

아마도 나는 그 햇빛 속에서 "통증"을 느꼈던 것 같다.

뭉근하게 전신으로 퍼져오는 알싸하고 묵직한 느낌.

햇빛속에 이렇게 깊은 무게가 있구나... 알아챘을 땐

너무 멀리, 그리고 너무 구체적으로 피르고스 햇빛속에 들어가 있었다.

동화속 주인공처럼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조카의 보는 내 눈이 시리다.

지금도 피르고스를 햇빛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에서 시작한 묵직한 통증이 전신을 휘돈다.

여전히 아프다.

 

피르고스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오른편으로 바로 보이는 친절한 CASTELLI 화살표.

그 길을 따라 쭉 올르다보면 만나게 되는 작은 개인 공방들.

소박한 작은 공예품들도 피르고스에선 그대로 풍경이 된다.

사람의 흔적보다 진열된 공예품들이 더 많았던 곳.

그 골목과 골목들...

골목을 하나 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설래고 또 설랬다.

눈 앞에 보여질 그 다음 풍경들 때문에...

"천국" 혹은 "평화"

어쩌면 나는 피르고스에서 개구진 아이 같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피르고스의 하얀 벽들과 파란 지붕, 원색의 문들이 손에 잡힐듯 가깝다

잠깐 스치고 지나갔던 바람의 물기까지..

머리와 심장에 각인된 풍경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을 뜨기가 힘겹다.

혼자 놀던 바람이 종을 치고 지나간다.

이제 그만 깨어나라고!

 

땡그랑~~~! 땡그랑~~~!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