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4. 1. 08:20

마드리드에서 10시에 출발한 Renfe는

12시 30분 세비아 중앙역 산타 후스타 역에 도착했다.

스페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이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성당을 가지고 있는 도시 세비야.

콜럼버스의 대항해가 시작된 곳이 이곳 세비야의 팔로스 항구다.

이후 식민지에서 가져온 금과 은 각종 보석들로 세비야의 경제는 풍요로움이 넘쳐난다.

그래서 한때는 세비야를 "황금의 도시"라 부르기도 했단다.

"황금의 도시"를 둘러보기 전에

다음날 론다로 가는 버스를 예매하기 위해 혼텔에 짐을 놓고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프라도 데 산 세바스티안 버스터미널.

당연히 헤맸다.

그것도 아주 많이...

지도상으로는 아주 가까웠는데 막상 걸어가려니 거리가 만만치 않더라.

어찌됐든 우여곡절 끝에 시외버스를 예매하고 세비아 대성당을 향했다.

(버스터미널에서 대성당까지 찾아가는 과정도 너무 구구절절해서 차마 못쓰겠다.)



세비아 대성당과 히랄다 탑.

지금은 세계에서 바티칸 산 피에트로 성당, 런던의 세인트 폴 성당에 이어 세번째로 큰 성당이지만

1401년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짓기 시작한 세비아 대성당은

1519년 완공됐을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단다.

그래서 "미친 자들의 작품"이라고 불렸다고!

대성당 정문에는 한 손에는 방패, 다른 한 손에는 종려나무 잎을 청동 여신상 "엘 히랄디요"가 있는데

이슬람과의 세력 다툼에서 이긴 기독교

이 청동 여신상과 히랄타 탑 꼭대기에 있는 여신상과 똑같은 모양이란다.

대성당의 주제단은 목제에 만들어졌지만 엄청난 양의 금으로 도금이 되어 있어 세비아의 번영을 대변해준다.

금의 제단 옆에는 화려한 은의 제단이, 

그리고 곳곳에 무리요, 고야 등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두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게다가 이곳은 공중에 들려진 콜럼버스 관이 안치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관이 이런 형태가 된 이유는 콜럼버스의 유언 때문이다.

"내가 죽으면 스페인 땅을 다시는 밟지 않게 해달라..."

콜롬버스의 유해는 남미의 산토도밍고에 매장되었다가 쿠바의 이바나로 옮겨졌고

1898년 미국으로 양도된 후 최종 세비야 성당에 안치됐다.

현재까지도 스페인에 진짜 콜럼버스의 유해가 있는지에 대한 여부는 의견은 분분한 상태고 

얼마전에 콜럼버스로 추정되는 유해가 남미 어딘가에서 발견됐다는 뉴스도 있긴 했다.

결국 콜럽버스의 항해는 죽어서도 끝나지 않은 셈.


 

콜럼버스의 관은 레온, 카스티아, 나바라, 아라곤 국왕의 어깨위에 들려있는데

고개를 살짝 숙인 왕은 콜럼버스의 대항해를 반대한 왕이었다고.

앞쪽에 있는 왕의 오른족 발을 만지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세비야를 오게 되고

왼쪽 발을 만지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다 한 번씩 만지면서 지나가더라.

나는.... 뭐... 워낙 욕심이 없어서 그냥 사진만 ^^



대성당 옆의 히랄다 탑과 예전에 이곳이 이슬람 사원이었을때 모스크 첨탑으로 쓰였던 곳이다.

16세기에 기독교인들이 종탑으로 바꾸고 꼭대기에 풍경계를 설치했는데

이때부터 "바람개비"라는 뜻의 히랄다로 불리게 됐단다.

올라가는 길은 왕이 말을 타고 올라갈 수 있게 계단이 아닌 경사로로 만들어졌다.

번호를 따라 34번 골목(?)을 꺽어 올라가면 드디어 탑의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보는 세비아의 전경은...

정말 눈이 부시더라.

역광만 아니었다면 그래도 조금은 더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대성당 오렌지 안뜰 벤치에서 한참 해바라기를 하다 

오렌지 안뜰에서 바라본 히랄다 탑은 정말 예쁘더라.

파란 하늘과 초록 잎들, 그리고 하얀 종탑과 대성당 겉면을 장식하고 있는 조각상들.

좀처럼 꺼내지 않는 망원렌즈를 꺼내서 사진을 담았댜.

한참만에 대성당에서 나와 로마시대부터 왕이 사용했다는 알카사르를 보려고 승리의 광장 쪽으로 이동했다.

알카사르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모델로 만든 성이라고 해서 내부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안타깝게도 입장시간이 지나버려서 들어가지 못하고 뒤돌아서야 했다.

확실히 여행지에서 많은걸 보겠다 작정한다면 시간조정이 관건이긴 하다.

나는 늘 양보다 질에 패배하는 편이라서...

아쉬운 마음을 알카사르 정문 사자의 문 앞에서 해바라기하는 걸로 달랬다.



승리의 광장에서 대성당과 알카사르를 바라보면 생각했다.

스페인이란 나라는 1년을 여행한대도 턱없이 부족한 곳이겠구나.

이렇게 장님 꼬끼리 만지는 식의 짧은 여행은

더 큰 갈증을 후유증으로 남기겠다.

1박 2일 동안 세비아에 머무는 동안

그래서 정말 정말이지 최선을 다해 마음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동안 스페인을 지나오면서 나를 너무 많이 남겨놔서.

이대로 가다간 돌아갈때쯤이면 또 다시 너덜댈게 뻔하다.

(여행의 후반부로 갈수록 극도로 과묵지는 나...)

여행 초보자인 나는

언제쯤 여행에서 나를 지켜내는게 쉬워질까.

그게 여전히 고행으로 남아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