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6. 10. 08:25

하늘로 올라가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푸니쿨라(Funicular)는

구시가지 고르니 그라드와 도니 그라드를 짧지만 강렬하게 연결해준다.

28명을 태우고 아래에서 위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고작 64초.

여행 책자에는 1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적혀 있었는데

막상 갔을때는 그대로 멈춰있었다.

자그레브는...

일요일에는 참 많은게 멈춰버리는구나 싶어 섭섭하다가도

그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한적한 풍경들을 만나니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정지된 모습이 더 많은걸 보여주니까... 

 

푸니쿨라 레일 양 옆의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귀여운 그라피티도 볼 수 있고

스트로스마르트 산책로와 고르니 그라드의 사랑스런 골목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초록잎이 늘어진 벽을 지나갈땐 꼭 제주도의 돌담길을 걷는 느낌이었고

햇살 눈부신 산책로의 나무는 파란 그물옷을 입었고.

거리의 상인이 센스를 발휘한 인테리어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어디를 꼭 가겠다는 작정없이 나선 발걸음은

느긋해서 행복했다.

공원 꼭대기에서 바라본 자그레브 전경.

키를 맞춘 지붕이 낯선 곳을 친숙케 한다.

 

 

고르니 그라드의 로트르슈카크 탑.

13세기에 만들어졌다는 이 탑의 꼭대기는 유료전망대가 있다.

일요일에 문을 닫는 곳이 많아서 여기도 당연히 닫혀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지금 확인해보니 사진 속 꼭대기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저 사람들 뭐지?

왜 그땐 저 사람들을 못봤지?

알았다면 분명히 올라가 봤을텐데 아쉽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종탑과 전망대는 꼭 올라가자는 주의였는데....)

 

 

사실 내가 놓친건,

로트르슈카크 탑의 전망대뿐만은 아니다.

탑 바로 뒷편에 있는 실연박물관도 놓첬다.

예전에 심야 라디오 방송에서 "실연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중에 크로아티아에 가면 꼭 가야지 했었더랬는데...

 

여행의 첫날,

이것말고도 내가 놓친 것들은 참 많다.

하지만 괜찮다.

전망대도 올라가고, 실연박물관에도 들어갔다면 물론 좋았겠지만

놓친 것들을 내내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야 그 다음을 그리고 또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

놓쳐도 된다.

다 괜찮다.

 

Journey is missing...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