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4. 3. 12. 08:23

요즘은 일기같은 이런 소소한 일상들을 기록하는데 은근히 재미를 붙였다.

읽었던 책에 대한 간단한 느낌도

미뤄둔 공연 후기도 써야 하는데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

일상이라는 말.

어쩐지 눈물겨워서...

꾸역꾸역 살아내는 평범하고 조용한 날들이

책을 읽기엔 오히려 평온하다.

 

그리스의 국민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은 좀 망설였던 작가인데 드디어 용기를 냈다.

열린책들에서 2008년에 출판된 2권짜리 소설 <수난>.

이 책이 나의 첫 니코스 가잔차키스의 작품이 됐다.

이제 고작 70여 페이지를 넘긴 것에 불과하지만 마음이 조금 사로잡혔다.

"주제 사라마구'의 <예수복음>의 뉘앙스가 느껴져 어딘지 낯설지 않다.

아마도 내 작가 목록에 또 한 명이 뒤늦게 합류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버킷 리스트같은 목록들이 차곡차곡 쌓인다.

뭐가 됐든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목록 하나 가지고 있다는 건 나쁘지 않다.

평생 함께 갈 동반자가 되어 줄테니까.

배신이나 변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도 참 좋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덕분에

"헤르메스(Hermes=Mercury)"에 대해서 생각하는 중이다.

제우스의 전령사로 알려져있는 헤르메스.

"큐피트"와 자주 혼동되는 헤르메스는

머리에는 날개 달린 챙 있는 모자를, 발에도 날개 달린 샌들을 신고 있다.

그리고 손에는 두 마리 뱀이 대칭으로 감겨있는 지팡이 카드케우스를 들고 있는데

이 지팡이가 제우스의 뜻을 잔하기 위해 사람의 꿈 속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도구 역할을 한다.

서로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균형 있게 조정해 내는 탁월한 솜씨 때문에

상인들이 모시는 상업의 신이기도 하고,

전령으로서 온갖 길에 환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의 수호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이유로 고대의 유적들 가운데는 십자로의 돌무더기나 기둥 위에 헤르메스의 상체를 깎아 세운 이정표들이 많았단다.

(이 이정표를 "헤르메니아"라고 부른다.) 

헤르메니아엔 길을 잘 아는 헤르메스가 옳은 길을 찾도록 인도해 줄 뿐만 아니라,

헤르메스 특유의 기지와 꾀를 빌려 여행길의 온갖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를 바라는 고대인들의 소망이 담겨있다.

게다가 헤르메스는 이승과 정승, 꿈과 현실을 마음대로 오갈 수 있어서 죽은 이를 저승으로 안내하는 역할도 종종 했단다.

그냥... 요즘 내가

이승과 저승, 꿈과 현실, 과거의 미래, 이곳과 저곳

그 중간 어디쯤에 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그러니까 지금 나는 "헤르메스'의 시간 속에 있다.

상관없다.

계속 가다보면 헤르메니아를 만나게 될테니까.

 

길은 늘 있었다.

선택의 문제였을 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