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3. 16. 08:23

BC 2세기에 건설된 코르도바.

과거 이곳에 100여 개의 이슬람 사원과 궁전이 있었단다.

지금은 구시가지에 메스키타만 남아있지만 한때 이슬람문화의 전성기를 꽃피웠던 코르도바. 

왜인지는 모르지만 이곳을 꼭 가보고 싶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이곳의 골목길들을 헤매듯 걷고 싶었다.

그래서 마드리드에 혼자 머무르는 기간 중 하루를 빼서 "코르도바"를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아토차 렌페역에 도착해서 기차를 기다리는 마음이 한없이 설레더라.

그렇게 의자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남자의 통화소리가 들려왔다.

"Hi, Sweet!"

다정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그리움이 담긴 목소리

전화기 너머 그 여자(혹은 남자일수도 있겠지만...)는 지금 정말 sweet하겠구나.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라.

그리고 혼자 다짐했다.

코르도바에서의 하루를 아주 sweet하게 보내겠다고...



코르도바로 가는 2시간 동안 열차 밖 풍경이 거짓말처럼 변했다.

맑았다가 조금씩 흐려지다가 하얀 눈밭을 지나고 급기야 무지개까지 떴다.

열차 안에서 사계절을 다 지나온 느낌.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넓기도 넓지만

고속열차를 타니 이런 재미도 있구나 싶었다.

선명하게 떠있는 무지개가 축복같이 느껴졌다.

코르도바... 

이곳을 가기고 한 건 아무래도 잘 한 결정인것 같다.



시에스타에 걸릴 수도 있다고 해서

코르도바 기차역에서 택시(5.5 유로)를 타고 탔는데 

다행히 메스키타(8유로)는 적용이 되지 않아서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무려 2만여 명이 한 번에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이슬람 세력과 사원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실제 눈으로 보면서도 상상이 안되더라.

거대함 앞에서 나는 늘 현실성을 상실한다.

이런 무시무시한 건축물이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게 가능하구나...

게다가 사원 한가운데는 기독교의 승리를 상징하는 대성당이 자리잡고 있다.

이슬람과 기독교 건축의 공존.

반반(半半)의 문화가 한편으론 다행스럽기도 했고 한편으론 혼란스럽기도 했다.

종교를 대단하다고 말해야 하는건지,

사람이 대단하다고 말해야 하는건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단시 이 모든게 무섭다는 생각뿐.



856개의 원주를 받치고 있는 기둥의 밑둥은 마치 불에 탄 것처럼 잿빛을 띄고 있었다.

뭔가에 홀린듯 기도실 주변 벤치에 앉아 한참을 바라보는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동요하는 사람이 없다.

.....................

뭐였지?

도대체 나는 무슨 소리를 들었던걸까?

환청... 이었나....

이상하다.

아직까지도 선명한 그때의 기억.

서늘하고 날카로운 통증같은 소리.


확실한건 메스키타에 머무르는 동안

나는 거의 몽환에 가까운 상태였다.

어쩌면 그때 내게...

잠깐 귀기(鬼氣)가 머물렀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래... 어쩌면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의 시간이, 과거의 사람이 나를 지나갔는지도...

그랬다면 그 짧은 시간으로 잠깐이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내가 위로받았던 것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