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4. 7. 4. 07:56

온천으로 유명한 시라하마에서 묵었던 SANRAKUSO hotel.

한자로는 삼락원(三樂院)이라는데 세가지 즐거움이 있는 곳이란다.

호텔 밖에는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해수욕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지만

날은 흐렸고...

게다가 나는 호환마마보다 물이 더 무섭고...

그래도 용기있는 사람들은 거침없이 물 속으로 뛰어들더라.

예쁘고 싱그러웠다.

풍경도,

거침없는 부서지며 까르르 웃는 젊음도.

더 이상 젊지도, 그렇다고 늙은 것도 아닌 애매한 나이가 되버린 나는

그저 바라보는게 전부가 되버렸다.

 

객실은 다다미가 깔린 소박하고 정갈한 방이었고

과하지 않은 준비됨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테라스에 놓인 작은 쇼파에서 밤늦게까지 에밀 아자르를 읽었다.

뜻밖의 편안함이었고 따스함이었고 감미로움이었다.

에밀 아자르를 읽으면서 이래도 되는건가 싶을만큼.

1인분씩 준비된 호텔의 저녁 식사는 깔끔했고 정갈했다.

(그런데 1인분의 양이... 보기보다 상당하더라.)

재미있는건,

이 호텔의 온천은 새벽 2시 경에 청소를 하면서 남탕과 여탕을 서로 바뀐다.

도대체 뭐가 다르길래 굳이 그럴까 싶었는데

크기와 탕의 종류가 조금 다르더라.

별로 온천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언니와 조카의 성화에 못이겨 몇 번을 따라갔다.

(덕분에 몸이 노곤해지지면서 피로가 많이 풀렸지만.)

 

백사장에서 조카녀석이 그린 그림에 한참을 즐거웠고

쫒고 쫒기는 파도와의 술래잡기에도 발목이오래 붙잡았다.

엔게츠토 섬을 보기 위해서 급기야 차를 멈췄다.

파도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동굴을 품고 있는 엔게츠토섬.

일몰때 이 동굴 사이에 해를 찍기 위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다는데

욕심은 났지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서 발길을 돌렸다

(사실은 실력이 허락치 않아서. ㅠ.ㅠ)

 

여행지에서 꿈꾸는 또 다른 작은 여행.

손에 잡힐듯 머리 위로 가까이 날던 비행기에 마음 끝이 홀렸다.

모든 여행은 돌아가기 위해 있다 했나!!

돌아가야 다시 떠날 수 있다면

그래, 돌아감도

나쁘진 않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