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5. 6. 18. 09:16

문단이 시끌시끌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작가 신경숙 때문에...

문단계의 독보적인 존재 신경숙을 깐 이응준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혹시나 향후 이 문제로 이응준이 거대 출판사로부터 퇴출되지 않을까 심각하게 걱정된다.

어떤 의미에서,

대한민국이란 곳에서 신경숙은

황석영, 조정래 작가보다 더 크고 거대한 존재다.

이미 하나의 브랜드 네임이 되버렸고 기업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참 씁쓸하다.

 

작가 신경숙.

그녀의 마니아는 아니지만 어쨌든 신작이 나오면 항상 읽기는 했었다.

한때 문단계에선 이런 말이 있었다.

"오죽하면 신경숙이겠느냐!"

동의했었다.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왠지 모를 기시감 같은게 느껴졌다.

특히나 이런 기시감은 장편보다 단편을 읽을때 더 크게 느껴졌다.

주변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다들 내가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란다.

아닌데... 아닌데...

 

 

 

작가 신경숙이 출판사 창작과 비평을 통해 발표한 입장 표명은 이렇다.

......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 ......

다른 작가도 아닌 일본의 대작가 미사마 유키오의 글이다.

골백번을 읽어보고 또 읽어봐도,

우연이라고 하기엔 두 문장은 너무나 똑같다.

심지어 그 뒤에 이어지는 문장의 뉘앙스까지도 완벽하게 일치한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 미시마 유키오 <우국>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 신경숙 <전설>

 

소설을, 아니 책이라는걸 일 년에 한 권도 안 읽는 사람이라도

이 두 글을 읽으면 똑같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다.

아래 링크한 기사는, 

이응준 작가가 직접 쓴 글이다.

과거 신경숙 작가의 소설 중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다른 작품들에 대한 기사들로 링크되어 있다.

사람의 생각과 판단이라는건 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는 이응준이 신경숙을 죽이기로 이 글을 썼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의 글처럼 한국문학의 "치명적인 상처'를 세상에 알리고 싶었을테다.

 

http://www.huffingtonpost.kr/eungjun-lee/story_b_7583798.html 

 

신경숙이 정말 몰랐을까?

남진우가 곁에 있는데 정말 몰랐을까?

신경숙의 남편은 시인이자 신화 비평으로 유명한 남진우다.

예전에 남진우의 비평 수업을 1년 동안 들었었다.

그가 문학적으로 얼마나 박식한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당시에 나는 남진우의 박식함에 깊게 깊게 좌절했었다. 그는 천재라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벌써 2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그런 남진우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몰랐다???

글쎄...

 

나는 다만...

신경숙과 창작과 비평 양자 모두 솔직했으면 좋겠다.

아니 정직했으면 좋겠다.

아니라고 하기엔 너무나 아니라서...

 

......신경숙과 같은 극소수의 문인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한국문인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버겁고 초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작가임을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려는 까닭은 비록 비루한 현실을 헤맬지라도 우리의 문학만큼은 기어코 늠름하고 진실하게 지켜내겠다는 자존심과 신념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 이응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