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9. 17. 08:21

<나는 형제다>

 

일시 : 2015.09.04. ~ 2015.09.20.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극작 : 고연옥 

연출 : 김광보

무대 : 황수연

출연 : 이승주, 장석환, 이창직, 강신구, 유성주 외 서울시극단

제작 : 서울시극단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의 일곱번째 작품이자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으로서의 김광보 연출의 첫번째 작품 <나는 형제다>

이 작품은 2013년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그때 터진 압력솥에는 범인들이 하나씩 모은 쇠조각들이 들어있었고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는 그걸 영화의 컷처럼 연출했다.

 

인정머리없이 툭툭 끊기는 장면들은 두 형제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였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테러리스트가 되는가!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이야기의 내면은 그러나 너무 아프고 슬프다.

세상의 악과 부조리를 이해하고 견디기에

형제는 여러 의미로 너무 많이 무지했다.

그들이 보여준 선행을 악행으로 갚는 사람들이 나는 꼭 환상같았다.

영화같은 현실들.

현실을 피하기 위해 영화를 본다는 형의 말이 비극적으로 들렸던건

결말이 그려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인간들은 연결되어 있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그렇다면 두 형제의 테러에 우리 모두는 공범이고

그래서 나는 그들의 형제고, 우리 모두도 역시 형제다.

 

"난 오래전부터 여기에 서서 죄악 위에 또 다른 죄악의 집을 짓는 너희들을 보았지.

 그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덕분에 나는 꽤 착한 사람이 되었어.

 사람의 마음은 선과 악을 함께 살아.

 그 속에서 선은 악이 되고 악은 선이 돼.

 그게 마음의 활동이야

 ..............

 기억해!

 너희들은 날 버렸지만 난 혼자가 아니야.

 끝까지 나는 형제다!"

 

폭탄이 터지기 직전 형의 마지막 대사는 이런 뜻이기도 하다.

"너와 나는 끝까지 함께다! 너와 나는 형제다!"

Bumb!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 역시 주제도 모르면서 잘난 사람 욕이나 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일 수 있고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와 비슷한 인간을 찾아 나대신 그를 경멸하는 인간일 수 있고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존재일 수도 있다.

 

인간의 가치라는게 뭘까?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됐다.

많이... 불편하다.

내 등 뒤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 작품 속에서 이승주는 정말 끔찍하게 아름다웠다.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던 바람은 이제는 확실히 이룬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그의 이름 석자가 들어간 작품이라면 지금처럼 앞뒤불문하고 무조건 찾아볼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김영민과 이석준의 필모그라피가 함께 보인다.

  그건 유사성이나 카피의 개념이 아니라

  두 배우의 장점을 흡수해 자신만의 다름으로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몇 번이나 감탄사을 내뱉었는지...

  아름다운 힘을 가진 배우고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배우다.

  사실 작품의 시놉을 보고 김광보 연출이 이승주를 형으로 선택하겠구나 짐작했는데

  예상은 적중했고, 그 적중은 또 다시 옳았다.

  역시 김광보의 배우다.

  그래서 11월 LG 아트에서 올려질 작품이 엄청나게 기대된다.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김광보의 배우들 모두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어쩌면 내가 연극 제목과 똑같은 상태가 될 수도 있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