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6. 7. 08:34

<노이즈 오프>

 

일시 : 2012. 05.04. ~ 2012.06.10.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연출 : 백원길

극본 : 마이클 프레인(Michael Frayn)

제작 : 극단 적도

출연 : 장현성, 안신우 / 정의욱, 서현철 / 백원길, 전배수

        황정민, 김광덕/ 김로사, 김나미, 김동곤, 방현숙, 이주원

 

2006년 초연된 당시에 놓쳤던 작품이다.

그때 배우 양택조가 극중 늙은 도둑 역할에 캐스팅됐었는데 간암 초기로 수술이 결정되면서 하차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원래 다른 배역이었던 남명렬씨가 급하게 도둑 역을 대신했던 것 같다.

(보지도 않았으면서 참 별 걸 다 기억하고 있다.)

 

극본을 쓴 작가가 마이클 프레인이라서 좀 놀랐다.

게다가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10년이란 세월을 보냈단다.

내가 본 작품중에서 가장 지적이고 경이로울만큼 학구적이었던 <코펜하겐>의 원작자가 이런 희극을?

그것도 이렇게 긴 시간을 들여 완성했다는 게 또 한 번 경이롭다.

그는 10년 동안 직접 공연장을 찾아다니면서 무대와 배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관객의 반응도 일일히 살피면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이 작품을 완성했단다.

그래선가?

끊임없이 웃음을 선사하지만 이야기 구성은 치밀하고  왠만한 추리물보다 잘 짜맞춰져있다.

희극작품이지만 빈틈이 없어서 학구적(?)인 인상을 주는 참 묘한 작품이다.

특히 희극작품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타이밍(Timing)의 정확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TV와 영화에서 지적인 캐릭터 연기를 주로 했던 장현성이 이작품에서 일종의 연기 변신을 한 셈이다.

1막은 장현성 본래의 이미지에 가깝고

2,3막에서는 조금 헐렁하고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무래도 내겐 장현성에 대한 고정이미지가 이미 굳게 자리잡혔나보다.

연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데 보는 내가 어색한 묘한 경험을 했다.

서현철과 황정민 캐스팅이 공연하는 날로 일부러 예매했는데 두 사람의 연기는 확실히 좋았다.

서현철의 표정연기는 특히 압권이다.

김나미의 과장된 사투리 연기도 재미있고

<점프>의 연출자 백원길의 흥분된 연기와 해석불능한 말도 재미있다

백원길은 이 작품의 실제 연출가이기도 해서 아마도 보는 재미가 더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참 재주꾼이다. 이 사람!)

무대 전체가 180도 전환되면서 셋트 뒷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은 역시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되는 무대 정면과, 무대 뒤 배우들의 실제 모습들을 그대로 까발려 보여준다!

이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보면서 이 상황이 억지스럽거나 과장됐다기보다는 정말 실제로 그럴 수도 있겠구나 긍정하게 된다.

하긴 앞과 뒤가 다른 게 무대 뿐일까?

(연극의 대사에도 나온다. 이게 다 인생이라고...^^)

특히 배우들간의 불화가 극심해진 3막에서는

무대 뒤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지면서 무대 앞도 난장판이 된다.

결국 수습불가능의 지경까지 이른다.

그 모습이 또 얼마나 재미있던지...

(실제로 이런 상황을 직접 목격했으면 하는 몹쓸 생각도 했다)

실제로 객석에서 사람들의 폭소가 끊이지 않고 터진다.

웃음코드가 많이 떨어지는 나인데도 시종일관 재미있게 봤다.

2막이 시작되면서 조금 지루해지려고 했는데 그때부터 소위 빵빵 터지기 시작한다.

인터미션까지 포함하면 대략 3시간짜리 공연인데 그 시간이 별로 지루하진 않았다.

그래도 역시 허리는 너무 아프다.

허리 통증도 noises off 됐으면 정말 금성첨화였을텐데...

아!...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