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7. 7. 08:57

 

<레드>

 

일시 : 2016.06.05. ~ 2016.07.10.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강신일, 한명구 (마크 로스코) / 카이, 박정복 (캔)

제작 : (주)신시컴퍼니

 

<레드> 두번째 관람.

작품 속에서 로스코가 켄에게 이런 말을 한다.

"한 번 눈길을주고나면 그것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상황은 다르지만 이 작품을 처음 본 후 내가 꼭 그랬다.

관음과 집착.

그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었다.

언쟁이 아니라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싸움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느낌.

들킬까봐 조마조마한데 그래도 결말은 꼭 알아야겠다는 다짐.

그야말로 "비극적"이다.

2015년 스페인을 여행할 때 내 옵션은 두 가지 였다.

"스페인-파리" 아니면 "스페인 - 이탈리아"

후자쪽으로 일정을 결정한건 순전히 이 작품 때문이었다.

이 연극에서 마크 로스코가 언급한 두 곳을 직접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산타 마리아 델 포폴로 성당과 미켈란젤로가 설계한 메디치가 도서관.

결론은 두 곳 모두 겉모습만 보고 돌아섰지만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떨렸었다.

실제로 마크 로스코가 그랬단다.

"나는 단지 기본적인 인간 감정들, 즉 비극, 황홀, 숙명 등을 표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

 관람자와 내 작품 사이에는 아무것도 놓여서는 안 된다. 내 작품 앞에서 해야 할 일은 침묵이다"

너무나 자신만만해서 거부감마저 느껴지지만

마크 로스코가 표현한 색채 앞에 서면 이 말에 합당함을 절로 인정하게 된다.

그런데 왜?

왜 그랬을까?

예술의 본질이 사람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던 그가 왜 스스로 죽음을 택했을까?

그렇다면 그의 선택은 완성된 치유였을까?

아니면 끝을 본 자의 자기파괴였을까?

그 질문에 가장 근접한 답을 찾으려면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찾아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로스코 채플"

자연채광 아래 벽을 따라 둥그렇게 자리잡은 검은색의 그림 14편.

 

 

결말은 다시 비극적이다.

"나는 생명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그림에는 관심이 없다"

부럽지만 또 부러운만큼 두렵다.

생명. 숨결.

단순한 표현 속에 담겨있는 복잡한 감정들.

2015년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 전시회가 있었을때

나는 일부러 관람하지 않았다.

로스코의 색채를 눈 앞에서 감당할 자신이 도저히 없었다.

치유가 아닌 도발이 될까봐 두려웠었고

그 선택은 지금까지도 유효하다.

 

두 번째로 이 연극을 보면서

나는 연극보다 로스코와 그의 생애, 

그리고 그의 작품에 대해 더 많이 생각했다.

내 옆으로 한 세대가...

조용히 지나가고 있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