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7. 28. 08:07

<문제적 인간, 연산>

 

일시 : 2015.07.01.~ 2015.07.26.

장소 : 명동예술극장

대본, 연출 : 이윤택

무대 : 이태섭

안무 : 김남진

의상 : 송은주

음악감독 : 이자람

출연 : 백석광(연산), 이자람(녹수/폐비윤씨)

        오영수, 이문수, 김학철, 이승헌, 이원희, 배보람 외

제작 : 국립극단

 

이윤택 연출이 한 인터뷰에서 그랬다.

이번이 내가 연출하는 마지막이길 바란다고...

그런데 이 작품, 이윤택 연출이 아니라면 가능할까 싶다.

1995년 초연, 2003년 재연, 그리고 12년 만에 올라온  세번째 공연.

솔직히 작품을 보는 내내 완벽하게 압도당해서 감히 뭐라 할 말이 없다.

제대로 주눅이 들었다.

얼마전 명동예술극장에서 본 <리어왕>이 그러니더

이 작품 <문제적 인간, 연산>이 또 다시 나를 반벙어리로 만들었다.

질펀한 난장이었고,

노골적인 꼭두새 놀음이었고,

처절한 진혼굿이었다.

 

그래, 연산의 말은 옳다.

역사는 늘 공명정대하게 기록되지 않았다.

"틀렸다. 다 틀렸다.

 늬놈들의 붓끝에 놀아나는 세상,

 나는 미친 광대였구나..."

연산의 마지막 대사가 처절하게 가슴 속에 남는다.

그리고 과거를 잊어먹고 사니까 세상이 늘 이 모양 이 꼴이라는 말도.

이 작품...

청와대와 국회의사당 분들이 단체관람 했었으면 첨 좋았을텐데...

 

 

사전정보 전혀 없이 무대에서 대면한 배우 백석광의 연기와 집중력은 최고였다.

극 초입과 말미의 느낌이 확 다르더라.

그리고 몸의 움직임이 남달라서 찾아봤더니

한예종 무용과 출신으로 동아무용콩쿠르 대상까지 수상한 이력이 있더라.

심지어 단편 영화 감독도 했고,

대종상 단편영화제 시나라오상도 받았고

김남건이란 본명으로 연출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배우로 무대에 설 때는 예명인 백석광을 쓴단다)

독특한, 흔치 않은 필모그라피를 가진 배우.

이런 다재다능이라면... 기꺼이 환영이다.

 

신구 연극배우들의 조화는 환상적이었고

실제 연인이라는 이자람, 백석광의 연기도 불꽃튀었다.

이윤택의 연출은 때로는 광폭했고, 때로는 유머러스했고, 때로는 서정적이었다.

무대와 의상에도 시선이 많이 머물렀고

무엇보다 소리에 넋을 놓았다.

특히 1막 녹수와 귀신 폐비 윤씨가 함께 내던 소리는,

정말 압권이었다.

 

작품을 보고 나오는데

20년 동안 작품이 왜 세 번 밖에는 공연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됐다.

쉽게 올라올 수 없는 작품이기에

장면 하나 하나가 도저히 허투루 보여지지 않더라.

게다가 이자람, 백석광 커플이 함께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거라 했다.

그렇다면 그걸 놓치지 않고 목격했으니

나는 또 얼마나 행운아인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