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6. 16. 06:09


어쩌다보니 요즘에 예술의 전당 발걸음이 잦다.
조만간에 한가람 미술관도 찾아가봐야하는데...
예당의 자유소극장은 규모나 음향시설이나 딱 맘에 드는데
문제는 너무 멀다는 사실...
그래도 지금까지 자유소극장에서 본 작품들은 다 느낌이 좋았다. (주로 연극)
음악이 있는 연극 <미드썸머 Midsummer> 역시도.
OD 뮤지컬 컴퍼니가 벌써 10주년이 됐단다.
나름대로 기념(?)을 하고 싶었는지 "아주 특별한 2인극" 3편을 기획했고, 그 첫 작품이 바로 연극 <미드썸머>였다.
다른 두 작품은 10월에 공연될 뮤지컬 <The Stoy of My Life>와 연극 <The Blue Room>
(두 작품 역시나 기대중인 1인 ^^)
10년만에 처음으로 소극장 연극에 도전한다는 OD는 꽤 괜찮은 시도라를 한 셈이다.
대형뮤지컬 기획사 OD가 왠일이지 싶다가다 역시나 신춘수 대표가 참 영리한 사람이란 생각도 하게 된다.

제대로 이룬것 하나 없이 대충 살아온 조직의 똘마니 밥 역에 서범석, 이석준이
쿨한  이혼 전문 변호사 헬러나 역에 탤렌트 예지원이 캐스팅됐다. 
출연진도 꽤 괜찮지만 궁금했던 건 양정웅 연출이었다.
세익스피어의 원작 <한 여름 밤의 꿈>을 새롭게 구성한 작품이라니
아마도 양정웅 연출이 딱이다 싶긴 했을거다.
한국 연극 최초로 런던 바비컨 센터에 초청돼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젊은 연출가 양정웅은
연극계 대표적 스타일리스트로 불리면서 독창적이면서 파격적인 감각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그에게도 첫 상업 연극 도전이라 어떻게 연출했을지 많이 궁금했고 기대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공을 하루 앞두고서야 겨우 보게 됐다니...)


밥과 헬레나를 연기하는 두 배우는 2시간여 동안 시종일관 바쁘다.
무대를 한 번도 떠나지 않으면서
해설과 연기, 통기타연주, 의상, 심지어는 무대 셋트까지도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부산스러울것 같은데 역시나 여우같은 두 배우는 순간순간 잘도 요리하더라.
극 중간에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한 두 사람의 에드립 연기도 너무 재미있었다.
기타 어깨끈이 빠져서 다시 끼우는 서범석의 능청스러운 앙탈에 관객들도 박장대소하더라. 
연극의 묘미는 그런 것 같다.
같은 작품이지만 그날의 상황이나 실수에 따라 즉흥적이고 본능적으로 대처하는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
(아무래도 뮤지컬은 연극보다는 그런 면에서는 실수가 훨씬 적으니까...)
물론 실수가 너무 잦으면 배우로써의 역량과 자질이 심히 의심스러워지겠지만
이날의 공연은 즐기기에 딱 적당한 정도여서 유쾌했다.
<미스터 마우스>의 인우를 떠올리게 하는 서범석의 자폐 연기도 반가웠고...
늘 느끼는 거지만 서범석의 딕션은 참 정확하고 느낌 있다.
별 볼일 없는 조직의 똘마니 역은 또 얼마나 잘 어울리던지.
25살의 서범석은 또 얼마나 꽃미남이던지... 하하하!


예지원이 TV나 영화말고 무대 연기를 예전에 했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끔 무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밥은 그래도 더블 캐스팅이지만 헬레나는 예지원 원캐스팅이었다.
이 작품에서 진정한 멀티맨(멀티걸?)의 모습을 보여주던 배우 예진원!
딕션도 얼마나 좋던지 정말 깜짝 놀랐다.
물론 작품 자체가 그녀의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물이긴 했지만
개인적으론 배우 예지원을 새롭게 발견했다.
노래도 정말 느낌있게 잘 불러서 또 다시 놀랐다.
‘Change is possible’
극에 등장하는 이 말이 그녀에게 정말 딱 어울린다.
그야말로 팔색조의 모습을 보여주던 예지원은
스스럼없이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을 연극 속으로 직접 끌여들인다.
과장된 연기를 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선을 잘 유지하는 균형감각도 너무 좋았다.
원캐스팅으로 2달 동안의 공연을 너무나 멋지게 잘 끌어온 배우 예지원은
큰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멋진 배우, 예지원!


midsummer는 일년 중 밤이 가장 짧은 하지(夏至)를 말한다.
꼭 사랑이니 청춘이니 인생이니 이런 거창한 것들이 아니어도 좋다.
살면서 짧게 지나가는 게 어디 이것들 뿐일까!
모든 건 다 잠깐이다.
그래서 바로 지금이 제일 좋은 순간이라고 연극이,
밥과 헬레나가 무딘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다.
‘Change is possible’
생각하지도 못한 뜻밖의 일탈일지라도
지금 이 순간에 이루어지는 거라면
그래, 그게 전부인거다.
그게 제일 좋은 거다.

사랑은 아프게 해. 사랑은 널 다치게도 해.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해. 어떻게든 애써도.
사랑은 아프게 해, 사랑은 널 다치게도 해.
사랑은 마음을 아프게 해. 가끔씩 다시 원해도. 

이렇게 바로 곁에 있는듯한 우리,
거기에 멀리 보이는 산만큼의 거리.
이렇게 멀리 느껴지는 우리,
거기에 커다란 바다와 도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