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28. 08:03

<사회의 기둥들>

일시 : 2014.11.19. ~ 2014.11.30.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헨리 입센

연출 : 김광보

무대 : 박동우

출연 : 박지일, 정재은, 정수영, 이석준, 우현주, 이승수, 김주완. 손진환,

        유성주, 채윤서, 한동규, 유연수, 구혜령, 백지원, 서정연, 이형석

주최 : LG아트센터

 

정말 일찍 예매해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연극 <사회의 기둥들>

김광보 연출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대감이 컸었는데

나중에 공개된 16명의 배우를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다 보는게 가능한 일인가???

주인공이 16명일리도 없고...

(여기에 김영민 배우까지 있었다면... 그야말로 퍼펙트 게임이었는데..)

엄청난 기대감을 품고 LG아트를 찾았는데...

이게 뭐지???

이쯤되면 반칙 아닌가?

기대한게 민망할 정도로 너무 좋았다.

무대를 가득채운 16명 배우들에게서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무대도, 연출도, 배우들의 연기도, 스토리도, 결말도.

제대로 허를 찔렀다.

이런 결말...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멍했다.

그리고 소망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런 결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진실을 밝힌다는건, 그것도 15년전의 일어난 일의 진실을 밝힌다는건,

환생을 하는것보다 더 힘든 일이지 않았을까?

사상누각처럼 무너지는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는 마지막 결정이

나는 너무 뭉클하고 아름다웠다.

이 작품...

국회에서 단체로 관람하면 정말 좋겠는데.

의무적으로라도!

 

로라의 마지막 대사도 귀에 선하다.

"진리과 자유, 그게 바로 사회의 기둥들이예요!"

맞는 말인데,

적어도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땅에서는 완벽한 판타지다.

침몰할 걸 뻔히 알면서 항해할 수 없는 배들을 출항시키는 그런 선주가 어디 있느냐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많이.

그들의 주장도 딱 그랬다.

이런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쓰는 것도 다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이 모든게 개나 물어갈 일이지만,

이게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 아프다.

이 연극과 같은 결말.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 역시도 그 어느때보다 "희망"을 품겠다.

 

점점 기울어가는 배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을때

누군가 내게 말해주면 좋겠다.

눈부시게 찬란한 미래가 저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도

거짓으로 가득한 삶을 살지는 말라고.

스스러에게 부끄럽지 않은,

너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되라고.

그게 너를 침목하는 배에서 너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아채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른척 한다.

기울기는 점점 가파라진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당신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

 

사담이긴한데 연극을 관람하고 출구로 나가는데 우연히 김영민 배우와 나란히 나오게 됐다.

무대를 뒤돌아보는 그의 눈빛이 밝고 선명했다.

고민하다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너무 오래 기대리고 있는데 알고 계시냐고...

무대위에 있는 당신 모습 보고 싶다고... 

더 기다리게 하진 말아달라고...

김영민 배우가 웃으며 말하더라.

죄송하다고,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돌아올테니까 그때 꼭 보러 와달라고... 

 

작품을 보면서 김영민 배우가 많이 생각났는데 그렇게 딱 마주치니 나도 모르게 말을 걸게 되더라.

당신의 <에쿠우스>는 내가 본 <에쿠우스>중 최고였다는 고백까지 해버렸다.

예전에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그의 유일한 뮤지컬 <카르멘> 이야기도 잠깐하고...

그걸 보셨나며 멋쩍게 웃더라.

그냥...

그리웠던 사람과 마주하게되니 말해주고 싶었다.

누군가 그의 무대를 내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걸...

그때는 미처 생각못했는데 혹 무려가 되진 않았는지 뒤늦게 걱정스럽다.

 

이게 다 야속한 그리움 때문이다...

이해 해주시겠지?

(혼자서 다독다독...)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