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8. 17. 08:28

 

<필로우맨>

 

일시 : 2015.08.01. ~ 2015.08.30.

장소 :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원작 : 마틴 맥도너 (Martin Mcdonagh)

번역, 각색 : 이인수

연출 : 이인수

무대 : 여신동

출연 : 정원조(카투리안), 윤상화(투폴스키)

        김수현(에리얼), 이형훈(마이클)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2007년 LG아트센터 초연때 캐스팅이 그야말로 화려했었다.

최민수, 윤제문, 최정우, 이대연...

그때 관람을 놓고 참 많이 고민했었다,

LG아트센터 광활한 대극장에서 조그만 취조실이 배경인 연극이라니...

솔직히  감당이 안됐다.

그래서 관람을 포기했었고

그 후 2012년, 2013년 변정주 연출과 김준원 배우의 조합으로 올라왔을 때는 어찌어찌하다 놓쳐버렸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연출가와 배우 조합이라 꼭 보고 싶었는데...)

그냥 여러모로 나와는 참 인연이 안닿는 작품인가보다 했었다.

그랬더랬는데 드디어 네 번째 공연만에 보게 됐다.

<필로우맨>

space111에 갔더니 벽에 있는 보드판에 축하멘트가 적혀있더라.

제일 아랫쪽에 연극배우 남명렬이 써 놓은 글이 눈에 띄었다.

"필로우맨 - 노네임 늘 좋아~~"

전적으로 동감한다.

노네임의 작품은 늘 좋았다

 

작가와 작가의 형, 그리고 아동 연쇄 살인 사건.

그런데 벌어진 살인 사건이 공교롭게도 작가가 쓴 이야기의 내용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자기와 무관한 일이라고 말하는 작가에게 

형사는 작가의 집에서 나왔다는 증거품을 보여주며 말한다.

당신 형 마이클이 범행 일체에 대해 자백했다고.

하지만 당신 형은 지적 장애가 있는사람이라 그런 일을 저지를 머리가 없다고.

그래서 당신의 자백도 받아야 겠다고.

자. 여기서 중요한건 살인 사건이 아니다.

중요한건 "이야기"다.

이야기 그대로 재현된 살인 사건,

자신은 죽더라도 자신이 쓴 이야기만은 남기고 싶어하는 작가.

그리고 동생이 만든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고 싶어하는 작가의 형.

그렇다.

"이야기"의 힘은 쎄다.

그 힘은 비극적일 수도 있고, 희극적일 수도 있고, 둘 다 일 수도 있다.

이 작품을 보면서 놀라웠던건,

끝임없이 거듭되는 반전을 아주 담담하게 표현했다는거다. 

받아들이고 이해하는데 놀랍지도, 끔찍하지도, 잔인하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작품의 모든 상황과 내용이 다 "이야기"로 다가왔다.

이야기... 이야기... 이야기...

 

 

그런데 나...

이 작품보다 이 연극에 나오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버렸다.

1막에 나오는 작은 사과인형, 사거리의 세 사형대, 강 위의 한 마을, 작은 초록돼지도

2막에 나오는 작가와 작가의 형제, 필로우맨, 어린 예수도

다 흥미롭고 매혹적이다.

어떻게든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한 카투리안의 절실함이 충분히 이해될 만큼.

특히 연극 제목과 같은 제목을 가진 <필로우맨> 이야기는 압권이다.

어쩌면... 필로우맨 이야기 차체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에 이야기가 없다면,

팍팍하고 힘든 현실을 어떻게 버텨나갈까?

다른 사람들은 그럴 수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럴 수 없다.

 

적어도 나란 사람은,

필로우맨과 함께 하는 결말을 원한다.

그게 비혹 잔혹동화일지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