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4. 15. 08:28

<Love, Love, Love>

일시 : 2013.03.27. ~ 2013.04.21.

장소 : 명동예술극장

극본 : 마이크 바틀렛

연출 : 이상우

출연 : 전혜진, 이선균, 김훈만, 노수산나, 노기용

 

이선균, 전혜진 부부가 연극에 출연한단다.

게다가 작품 속에서도 부부로 나온단다.

도대체 이 부부는 이런 용감한 선택한 어떻게 할 수 있엇을까?

위험을 감수할만큼 이 작품이 좋았다는 의미일텐데 도대체 이 작품이 어디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일단은 그게 궁금했다.,

워낙에 광클엔 잼뱅인지라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예상은 했지만 티켓팅이 시작되자 엄청났다.

클릭하기가 무섭게 자리가 쏙쏙 빠져나간다.

조금씩 초초해지기 시작했는데 겨우 일곱째줄에 자리 하나를 잡았다.

SoSo... 이 정도면 내 입장에선 만족이다.

사실 이 연극에서 궁금한 배우는 이선균이 아니라 전혜진이었다.

내가 아는 전혜전은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소지섭의 쌍둥이 누나로 나왔던 걸 본 게 전부다.

(처음 보는 배운데 멘탈이 떨어진 연기를 아주 잘해서 누군지 궁금했었다.)

인터뷰에서 이선균은 상당히 위험한(?) 발언까지도 서슴치 않았다.

"혜진씨는 집에 있기엔 아까운 배우라고 항상 생각했다. 배우 전혜진에 대해선 원래부터 팬이었다. 좋아하는 배우고 훌륭한 배우다. 녹슬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산드라 역은 대한민국에서 전혜진만큼 잘 할 배우가 있을가 싶다"

이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땐,

다분히 팔불출스런 발언이긴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3년만에 연기에 복귀하는 아내에게 이선균이 힘을 주려나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우 연출까지 한마디 거든다.

"작년에 이 작품을 번역하면서 산드라 역으로 전혜진 배우가 떠올랐다. 그리고 전혜진씨를 캐스팅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선균 배우가 딸려 왔다"

이상우 연출의 솔직한 발언에 혼자 박장대소했다.

알흠다운 목소리로 대한민국 여자의 마음을 흔드는 배우 이선균이

졸지에 일종의 끼워팔기 옵션이 되버리는 순간이다.

그런데 어쩌나...

두 사람의 발언은 100% 진실이었다.

 

전체 3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세대를 통해 한 가정의 일생 전체를 보여준다.

아주 솔직하고, 아주 노골적이고, 아주 현실적으로! 

사실 이 작품 보면서 참 여러번 화가 났다.

데카당과 해방를 외치며 대마를 피워대는19살 옥스퍼드 대학생 켄과 샌디.

이 둘의 origne 없는 자유의 외침은 일종의 착각이고 환상에 불과하다.

그리고 무대 위엔 세기의 그룹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가 흐른다.

참 아이러한 건 이 노래의 후렴구 "love, love, love"는 엇박자의 연속이다.

인생 뭐 있나!

기를 쓰고 박자를 맞춰놔도 어느 순간 살짝 엇박으로 흐트러지는 게 다반사인데!

특히 "가족"이라는 구성원은 더욱 더.

결혼하지 않겠다는 샌디는 켄과 결혼을 했고 40대가 됐다.

부모 앞에서 맞담배를 피우는 자폐증 아들, 사춘기에 접어든 딸은 예민하고 날카롭다.

남편과 아내는 딸의 16살 생일 날,

서로의 외도를 의심하고,부정하고 확신하다 이해하고 인정한다.

딸의 생일 케익을 자르고 샌디는 말한다.

"사랑엔 해피엔딩이 없어. 우린 그냥 동물이야. 사건은 터졌고, 그래서 결론은 이혼이야!"

아! 정말 이보다 so~~~ cool 할 수 없다! (정말?)

 

60이 된 과거(?)의 부부는 윤택한 노후의 삶을 만끽하고 있다.(물론 각자 따로!)

아들의 자폐증은 더 심해진 듯 보이고

두 부부를 불러 모은 서른 일곱 딸은 그야말로 폭탄 선언을 한다.

자신의 인생이 개엉망진창이라고.

마흔이 다 됐는데 아무 것도 없다면서 이 모든 게 전부 다 엄마아빠 잘못이란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다 하면서 커리어가 쌓일때까지 기다렸노라고.

그런데 그 커리어라는 게 쌓이지를 않는다고!

딸의 결론은 그래서 부모가 집을 사줘야 한단다.

그것도 아주 당당하게 자신만만하게 주장한다.

딸의 발언은 확실히 황당한 억지다.

그런데 어쩌나!

딸의 이 말도 안되는 억지가 또 너무나 절실히 공감이 되버리니...

그야말로 쓰나미급 발언이긴 하지만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다.

부모도, 자식도 도저히 욕할 수 없다.

서로의 결론은 결코 일치될 수 없을테고

어쨌든 결국 각자의 삶을 지금처럼 살아가겠지만

이 상황들,

참 슬프게 코믹하다.

그냥 웃고 넘기기에는 밑에 깔린 현실구조가 막막하고 암담하다.

이걸 대본으로 만들 생각을 한 마이클 비틀렛이란 사람도 참 대단하다!

 

배우 전혜진의 연기는 너무나 환상적이었다.

작품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너무나 멋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이선균도 그녀에게 무릎을 꿇어야 할 판!

1막에서는 아무래도 다소 과장된 모습이긴 했지만

2막과 3막은 점차 그 나이대를 아주 무난하고 자연스럽게 보여줬다.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아무래도 2막 ^^)

이선균은 "ㅅ" 발음이 ㅐ매우 부정확했고 전체적으로 딕션이 별로다.

연기도 TV 브라운관에서 보는 딱 그 만큼이다.

솔직히 말하면,

배우 전혜진을 보는 게 너무 황홀해 이선균의 연기를 눈여겨 볼 여유가 없었다.

이선균은 점처럼 작아지고, 전혜진의 존재는 점점 커져 무대를 꽉 채우는 느낌이다.

그녀를 계속 무대에서 보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커진다.

(TV 말고 무대에서!)

딸을 연기한 노수산나는 소리지르는 장면이 너무 많기도 했지만

목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톤이라 좀 피로했다.

김훈만과 노기용의 연기는 무난했던 것 같고...

 

무대 셋팅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오랫만이다.

이렇게 근사한 연극 무대를 본 게.

막과 막 사이 영상을 이용해서 시간의 흐름과 각 시대의 이슈되는 세계적인 사건들을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그 영상이 극을 이해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니 꼭 놓치지 말고 꼭 보길!

이 작품,

확실히 참 재미있다.

그러나 그 재미만 보고 웃어버리기엔 작품이 갖는 무게감이 엄청나다.

관람한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장면장면을 떠올리면 어깨가 믁직해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세대에게

진심을 담아 진중하게 권하고 싶은 작품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