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0. 14. 07:56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1958년 - 이명행 (필립) / 박은석 (올리버) / 김소진 (실비아)

        2014년 - 정상윤 (필립) / 오종혁 (올리버) / 김지현 (실비아)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10월 9일 단 두 차례 공연된 연극 <The Pride> 특별공연.

1958년과 2014년의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출연배우 전부가 시대별로 나눠서 공연하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다.

미치도록 보고 싶은 공연이었는데...현실은 예매 참폐였다.

특공표를 구한다며 사방팔방 소문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공연 당일까지 표가 없어서 혼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완전히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날 <구텐버그> 낮공연을 보고 무작정 아트원씨어터를 찾았다.

가능성은 희박하겠지만 혹시나 현매로 관람할 수 있을까 싶어서...

티켓창구가 열릴때까지 2시간  이상를 기다렸다.

(다행히 가방 속에 "가우디"에 대한 책이 있어서 그걸 읽다보니 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기다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내가 이 작품을 정말 많이 사랑하는구나.

그렇게 오랜 시간을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걸보니.

다행히 내 간절함이 닿았나보다.

마지막 남은 현매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처음 든 생각은 다행이다...

그 다음엔 편안하고 따뜻해졌다.

날...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특별공연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안하리라.

단지 고맙다는 말은 꼭 해야겠다.

필립, 올리버, 그리고 실비아!

당신들은 정말 정말 좋은 사람들입니다.

1958년의 당신들도, 2014년의 당신들도 언제나 한결같이 좋은 사람들이예요.

아파하는 나를 위해 당신들은 코가 깨지면서까지 나를 수면 위로 올려줘 숨을 쉬게 해줬습니다.

정말 고마워요, 나의 핑크돌고래들.

 

* 이번 특별공연에는 두 통의 편지가 등장한다.

  1958년과 2014년 필립이 쓴 편지.

  2014년 편지는 극중에서 필립이 직접 읽지만

  1958년의 편지는 쓰는 모습만 보여주고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었다.

  지이선 작가가 쓴 편지라는데 김동연 연출 트윗에 그 내용이 올라왔더라.

  개인적으로 너무 좋아서 전문을 그대로 옮겨본다.

 

올리버. 올리버. 올리버....
이 편지는 당신에게 쓰고 있지만, 당신은 받지 못할 겁니다. 난 지금 그저 견디기 위해, 이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매일 이렇게 당신에게 부치지 못할 이 글들을 썼다 지우고, 찢고, 태웁니다. 어떤 날은, 아예 쓸 수 없습니다. 그런 날이 가장 고통스러워요. 당신의 이름, 올리버 핸쇼, 그 이름을 차마 종이 위에 쓰지도 못할 만큼 내가 나약해진 순간이니까요. 무엇보다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의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를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 편지에서 조차, 사랑이란 단어는, 당신 이름 앞에 붙여 쓰지도 못합니다. 그러니, 이렇게 어리석은 내게 미안해하지 말아요. 나는 당신이 내 이름을 처음 부르던 그 순간을, 잊기 위해 평생 노력할 겁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내가 당신 이름을 처음 부르던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해주길 바라는, 나를.. 날 용서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 편지를 또 다시 버리는 나를 용서하지 않기를.
                                                                     ......................................   필립으로부터,1958
 
올리버에게.
아프리카의 혹독한 건기가 지나고, 밤새 비가 온 다음 날. 난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이 거대한 대륙에서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귀해서, 나는 단 한순간도 너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이 곳에서 가장 귀한 것들을 전부 너에게 가져다주고 싶어. 메마른 땅에 고인 한 줌의 물, 죽은 나무에 핀 한 송이의 꽃, 뜨거운 햇살에 스치는 작은 바람. 그리고 지금 내 앞의 무지개. 지구 반대편에서 간절히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 목소리, 그게 나의 지도임을, 나는 매일 느껴. 그러니, 올리버, 니가 필립, 이라고 부르면 난 언제나 돌아볼 준비가 되어 있어. 그리고 나도 너의 이름을 부를게. 올리버. 올리버. 사랑하는 나의 올리버. 
                                                                     .....................................     필립으로부터, 2014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