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2. 26. 08:17

영화 <귀향(鬼鄕)>을 봤다.

조정래 감독은 이 영화의 제목 "귀향"의 "귀"자를 일부러 돌아갈 귀(歸)가 아닌 귀신 귀(鬼)자로 썼다.

20만명의 소녀들이 영문도 모르고 끌려갔고

종전 후 돌아온 소녀들은 말도 그보다 훨씬 적었다.

그리고 현재 남아있는 분들은 44분,

대부분의 분들이 귀(鬼)가 되셨다.

원(怨)을 풀지 못한채...

 

조정래 감독이 이 영화를 찍은 건

나눔의 집에서 본 한 장의 그림 때문이었단다.

강일출 할머님이 그리신 "불태워지는 소녀들"

그리고 영화 <귀향> 속에는

이 그림과 똑같은 장면이 담겨있다.

영화는...

참혹하고 끔찍하다는 표현조차 참혹하게 만들만큼 아프다.

전쟁은...

어린 소녀들에게 너무나 가혹하고 잔인하다.

 

 

그런 생각을 했다.

"위안부" 문제가 꼭 일본만의 문제라 당당하게 말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과거에 베트남에 애비없는 자식을 숱하게 남긴채 가차없이 떠나왔고,

지금도 동남아시아는 한국인을 상대로한 섹스관광이 성행하고,

장기간 외국으로 근무를 나가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현지처로 딸보다 더 어린 여자들을 집에 들인다.

그들의 나라가 우리나라의 식민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알량한 돈에 폭력처럼 휘두른다.

그렇게 그곳에서 몇 번씩이고 버려지는 또 버려지는 여자들과 그녀들의 아이들...

일본의 "위안부"와 도대체 뭐가, 얼마나 다른가!

나는 그게 일본의 만행만큼 무섭고 부끄럽다.

 

돌아와야 할 소녀들이 너무 많다.

돌아는 왔지만 결코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까지 합치면

위령도 진혼도 다 부질없고 허망하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슬펐던건,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상단에 나온 할머니들의 그림이었다.

김복덕, 강덕경, 김순던, 강일출 할머님이 그리신 그 그림들.

영화보다 그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주는 울림이 너무 커서

나는 그 자리에서 소리내 울어버렸다.

 

귀(歸)의 원(願)은

그렇게 귀(鬼)의 원(怨)이 되버렸다.

귀향 (鬼鄕)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