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09. 9. 27. 08:21
정말 오래 기다렸던 영화
개봉하는 날 달려가서 꼭 보리라 다짐했던 영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던 영화
영화를 보기 훨씬 전부터 충격과 감탄 먼저 해야했던 영화.
그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보다.

 

그런데 정말 몰랐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나는 김명민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백종우"는 알고 있었지만
하지원이 연기한 "이지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녀 하지원에게도 이지수에게도 놀랐다.
루게릭병을 앓는 백종우를 연기한 김명민의 비현실적인 체중감량의 소식을 접하면서
항상 백종우를 부축하면서 끝까지 사랑을 놓치 못했던 이지수는
왜 모른척 했을까?
거의 모노 드라마로 생각하고 한 사람만 떠올리고 있었던 나.
하지원의 이지수는...
김명민의 백종우만큼 절절하고 아프다.
한 사람은 망가지는 몸으로 아프고
한 사람은 망가지는 맘으로 아프고...



김명민...
그는 확실히 대단하다.
영화를 보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몸을 말렸어야 했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문을 자꾸 갖는다.
그인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김명민은 결정은 "그렇다!"였다.
그는 말했었다.
"시나리오만 봐도 수척해졌다..."고

장래지도사 이지수.
실제 영화를 보면 백종우보다 오히려 이지수 씬이 더 많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의 끈을 붙잡고 있었을 하지원을 새롭게 보게 됐다.
그녀는 말한다.
"아직도 백종우를 가슴 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겠다"고...
락스물과 세제 속에서 문질러 대던 세상에서 제일 이쁜 손,
그 손에 끼워져 있던 서럽고 서럽던 하얀 장갑...
그걸 봐야 하는 내 눈도 힘들다.

주연들보다 더 서럽게 울게 만들던 병실 안 사람들.
햇살 좋은 날,
병원 옥상에서 휠체어에 앉아 일렬로 해바라기를 하고 있던
멈춰버린 사람들의 멈춰버린 시간도 울컥 생각난다.
힘들었던 건 김명민 그 뿐만이 아니었겠구나......

 

그러나...
영화는,
어딘지 자꾸 듬성듬성하다.
뭔가 일부가 뭉턱 빠져나간 것 같은 헐거움...
내가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깊게 기다렸기 때문일까?
그래도 확실히 극의 초반 편집은 이상하다.
시간이 없다... 거기엔...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 장면은 마치 혼자 떠도는 혼령을 보는 느낌이다.
툭 하고 떨어진 알맹이를 미처 다 줍지 못한 느낌.
너무 강한 햇빛 속에 갑자기 들어선 사람처럼 아찔하다.
스멀스멀 시작되는 햇빛 속 멀미...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지금보다 훨씬 순수했을 때
(그런 때가 정말 있긴 했었나???)
누구라도 한 번씩 해 봤던 생각.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날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누군가가 물으면
과거의 나는 그랬었다.
"그 사람 곁에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지금의 나는 뭐라고 대답하게 될까?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은 걸 겪었고,
너무나 많은 시간을 지나왔고
너무나 많은 것을을 봤다.
그래서 지금은 안다.
예전과 같은 대답은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걸...

이 영화는...
그래서 내겐 너무 독한 "판타지"다...

* 너무 오랫만에 <다시 태어나도>를 듣다.
  예전에 김돈규가 이 노래를 발표했을때 정말 무지 좋아했었는데...
  그것도 이젠 너무 오래된 기억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