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8. 28. 08:24

2박 3일의 피렌체는 너무나 짧았다.

2박이라고는 하지만 피렌체 도착한 시간이 저녁이었고

로마로 출발하는 기차가 낮 12시 38분이었으니 정확히 말하면 하루 반나절의 일정이었다.

매번 한 도시를 떠날때마다 아쉬움이 한가득이니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여행을 고려해야겠다.

(지금 생각은 체고 프라하 아니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돌아와서 피렌체와 로마에게 미안했던건,

내 여행의 이유의 대부분은 스페인이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미리 공부(?)하지 못하고 갔었다.

심지어 그 흔한 여행서조차도 안가져갔었다.

그래도 피렌체는 충분히 넉넉했다.

아니 떠남 자체가 내겐 늘 그랬다.

어쩌면 나는 헤맴을 위해 여행하는지도 모르겠다.

 

 

이탈리아까지 왔는데 그래도 파스타와 피자, 티본스테이크는 먹어줘야 할 것 같아서...

두오모 성당을 다녀온 후 우피치 박물관 가기 전에 푸짐하게 먹었던 점심,

남들은 맛집을 찾아다니느라 분주하지만

우리는 배고프면 들어가는 곳이 맛집.

그래니 맛없는 음식이 있을리가 없다.

티본스테이크는 크기가 꽤 됐는데 고기를 좋아하는 조카녀석이 금방 끌꺽했다.

평소에도 고기류는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기도 하지만

나는 고기보다 피자가 훨씬 맛있었다.

단백하고, 고소하고...

기본적으로 이탈리아는 올리브오일이 좋다보니 파스타도 풍미가  아주 그만이다.

양이 꽤 많아서 세 사람이 먹느라 참 애썼던 만찬.

그리고 후식으론 역시 젤라토.

아주 쉽게, 그리고 아주 빨리 행복해지고 싶다면

한 손에 젤라토를 들고 거리로 나서면 된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차가운 달달함을 이길 수 있는건

세상 어디에도 없다.

 

 

피렌체 숙소  NAZIONI  Hotel.

조식은 좀 부실했지만

향이 좋은 커피와 커다란 크로아샹, 맛이 풍부한 치즈가 있으니 아침 만찬으로는 그만이었다.

(나.. 유럽 치즈 정말 너무 많이 사랑한다...)

그리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역 건너편이라 찾아가기도 아주 수월했다.

로마로 떠날때도 기차역이 가까우니까 아주 편했고.

그러고보니 이번 여행에서 숙소 운이 꽤 좋았다.

위치적으로도 모두 괜찮았고,

온수도 잘 나왔고,

침대도 깨끗하고 푹신했고,

호텔 프런트도 친절했고,

조식도 근사했다.

숙소 때문에 얼굴 붉히거나 맘 상했던 기억이 전혀 없다.

그러기 쉽지 않은데...

 

로마로 향하는 기차.

조카녀석의 초록색 털모자가 싱그럽다.

창 밖의 풍경들은 또 다시 계절을 껑충껑충 뛰어넘는다.

봄이었는데 여름이 되고

또 금방 가을로 넘어가더니 차가운 겨울이 된다.

바라보는 풍경은 시간의 개념을 무너뜨린다..

그래서였을까?

유럽에 머물렀던 15일이 나는 좀 더 길게 체감됐다. 

그걸 지루함이나 따분함과는 완전히 별개다.

충만한 시간을 한 번이라도 지나온 사람은

이 말 뜻을 충분히 이해하지 않을까?

 

뭔가가 온저히 빠져있을때,

시간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속도로 지나간다.

째깍...째......깍...........째............................깍...................................!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