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6. 7. 27. 08:25

자다르에 꼭 가고 싶었던 이유는 오로지

"바다오르간" 때문이었다.

몇 시간 차를 타고 잠깐 내렸다 다시 몇 시간 차를 타야 한대도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만은 꼭 가고 싶었다.

세상에!

바람이, 파도가, 바다가 건반을 두드린다니...

니콜라 비시츠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고 그걸 또 실제로 구현까지 했을까?

그의 아름다운 발상이 나는 내내 감탄스러웠다. 

 

 

플리트비체에서 들은 풍문에 의하면 현재 바다오르간이 청소 중이라 소리가 안들린단다.

하지만 상관없다.

소리가 전부는 아닐테니까.

어느새 하늘색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골목길 탐험을 끝내가 서둘러 신항구 해변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바다오르간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바다오르간.

대리석 계단 아래 설치된 35개의 파이프에 파도와 바람이 부딪치면

그 부딪침의 세기에 따라 높고 낮은 소리가 울린단다.

파도가 약했을까? 바람이 평온했을까? 아니면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너무 컸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청소 중이었을까?

웅웅거리는 작은 울림은 그렇더라도 서운해하지 말라고 말한다.

동그란 구멍 위에 발을 올려본다.

바람의 진동이, 파도의 진동이 둥둥둥 아래에서 올라온다.

그래, 자연과 인간이 만들어내는 하모니가

꼭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장엄한 연주일 필요는... 없겠다.

때로는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음악이 되고 협주가 된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은 음악...

 


 

바다 오르간 바로 옆에 또 다른 니콜라 바시츠의 작품 "태양의 인사"

지름 22m의 거대한 원형 안에는 태양열을 흡수할 수 있는 집열판(LED)이 300여개 숨겨져있다.

낮 동안 이곳에 흡수된 태양열 에너지는 해가 지기 시작힐 떼 진면목을 발휘한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깜박거리는거대한 써클.

꼬맹이들은 빛을 잡으러 껑충대며 뛰어다니고 

젊은 사람들은 바다오르간의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든다.

낭만적이라는 말의 뜻을,

나는 아주 오랫만에 이곳에서 이해했다.

 

 

조각피자(8Kn) 하나를 사서 거리로 나섰다.

(생각해보니 점심과 저녁을 또 잊었더라)

이제부터는 밤의 산책이다.

사파이어 하늘은 시시각각으로 깊이를 더한다.

해변길을 천천히 두바퀴 정도 돌았을까.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순식간에 쏴~~~아 하고 쏟아진다.

상가의 차양밑으로 비를 피하며 걷는게 꼭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이다.

비때문에 하얀 대리석 바닥은 거울처럼 반짝거린다.

젤라토 가게에서 비를 피하며 오래오래 떨어지는 비를 지켜봤다.

행복하다는 진심.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이 마치 나를 감싸주는 것 같았다.

완벽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

신기했다.

난데없이 들이닥친 이 평온함이... 

Posted by Book끄-Book끄